[김보현 기자(=광주)(kbh9100@naver.com)]
"지자체에서 이렇게 환대해주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4일 광주 남구청 상황실과 백운광장 일원에서 이태원 유족과 세월호시민상주모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추모 설치물 제막식 등이 열렸다.
추모 조형물은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과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 경관조명이 설치됐고 각 조형물 옆에는 참사 희생자 이름이 적힌 추모비로 구성돼 있다.
이날 행사는 김병내 남구청장과 세월호, 이태원 유가족 및 상주 시민단체 관계자 38명이 참석해 남구청 상황실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푸른길 브릿지를 통해 조형물 설치 현장의 제막식에 참석하고 동시에 분향과 헌화를 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는 제대로 통제만 됐어도 없었을 일"이라며 "그저 걸어가고 있었을 청년들이 상상도 못했을 일을 당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생업에 바빠 큰 몸짓은 힘들어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작은 몸짓은 이어가야 한다"며 "조형물 설치라는 작은 몸짓이 전국으로 퍼져 참사를 기리는 날로 지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유족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사람들이 참사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세월호,이태원 추모 조형물이 설치된 백운광장은 하루 수만 명이 찾는다"며 "이것이 바람이 되어 광주뿐 아니라 충청, 서울로 올라가서 유가족의 바람을 이루는 큰 뜻이 됐으면 한다"고 발언을 마쳤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조형물이 있는 기억의 공간에서 한 번 더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며 "곧 있을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에서 이렇게 환대해 주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며 감사를 표했다.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장헌권 목사는 "참사를 서로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애도하는 것이 상식이다"면서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 안타깝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후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김 구청장과 각 유가족 대표들이 분향하고 희생자와 구청 직원들의 헌화가 있었다. 희생자 이름이 빼곡히 적힌 추모비를 만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행사를 마치고 나서 부산에서 온 A씨(60대)는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살아있었으면 서른 살이다"면서 "아직도 차마 주위에 알리지 못해 결혼했느냐 등 소식을 물을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훔쳤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헌화를 마치며 행사가 끝나자 유가족들은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산하 아빠 김운중씨(57)는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진실버스'로 부산을 돌 때는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며 "광주에 오면 늘 환대해주셔서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보현 기자(=광주)(kbh9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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