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는 영국 내 유대인 세력 반대
밖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외교적 부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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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 중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안팎으로 압박에 직면했다. 안으로는 영국 내 유대인 세력의 반대와 내각 내 우려 목소리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동맹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부담을 지게 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영국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영국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에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에 대한 우려를 비공식으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외면하는 신호를 보내면 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영국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미국은 영국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미국 법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영국의 결정과는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3일 엑스(옛 트위터)에서 “이 수치스러운 결정은 하마스 격퇴라는 이스라엘의 결의를 바꾸지 못한다”면서 “영국이 야만과 맞서 자국을 방어 중인 동료 국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대신 내린 이 오판은 하마스를 대담하게 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더 일찍 이번 결정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비공개적으로 ‘개입’하면서 발표 시점이 늦춰졌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도 여러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던 스타머 총리의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스타머 총리에 앞서 노동당 총수를 맡았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반유대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당 대표에 오른 스타머 총리는 코빈 전 대표를 출당 조치하는 등 반유대주의 척결에 나섰다. 부인 빅토리아 스타머 여사가 유대인 가정 출신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이 나오자 유대계는 비판을 쏟아냈다. 유대교 최고지도자인 에프라임 미르비스 랍비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공동의 적들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유대인 대표자 위원회도 “이 결정은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야당도 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제1야당인 보수당 소속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하마스가 이기길 바라느냐”며 노동당 정부를 비난했다.
키어 스타머 정부의 ‘내우외환’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영국이 이스라엘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1%)은 미비하지만, 이번 조치는 큰 상징성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군사적 지원을 넘어 외교적 지원의 변화를 나타내는 신호라는 것이다. 또 다른 동맹국들이 이스라엘 지지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영국 국방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바라 시반 부연구원은 WSJ에 “영국이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원은 아니지만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서방 동맹국의 지원을 잃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따르도록 압박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한 국가는 영국 외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독일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유지 중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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