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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속는 셈 치고 3년 더했더니 성큼 온 윤하의 20주년[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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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데뷔 20주년 맞아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 발매한 윤하 ②
은퇴 고민한 시기도 있어
지금 대표 제안으로 더 활동하다가 맞은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독도 음악회'와 '디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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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2022년 3월 발매한 정규 6집 리패키지 '엔드 띠어리 : 파이널 에디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윤하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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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여정은 시작됐고, 멈출 수 없다.'

2021년 발매한 정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 이후 2년 10개월 만에 나온 '띠어리' 3부작 시리즈의 다음 편인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에 윤하가 직접 붙인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시작해 꼬박 1년을 들인 앨범은 지난 1일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트위터를 통해 이번 앨범을 "공들여 조각한 모든 부분을 알아주시길 바라지는 않지만 오래 머금고 느낄 수 있는,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앨범"이라고 소개한 윤하는 "윤하 20년 동안 현역에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잘 키운 반려 가수의 마스터피스가(직접 말한다고?) 마음에 쏙 드시기를 바라면서"라는 익살스러운 인사도 전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가수 윤하가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기다리다' '비밀번호 486' '혜성' '오늘 헤어졌어요' '우산'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오디션'(Audition) 등 많은 히트곡을 보유했던 윤하는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에 성공하며 새로운 히트곡을 추가했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한 것은 물론,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되는 등 청자와 평단 모두의 사랑을 받은 '사건의 지평선'은 그에게 중요한 변화를 준 곡임이 틀림없다. 자연히 이날 인터뷰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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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사건의 지평선'으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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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은 '엔드 띠어리'의 리패키지 앨범 '엔드 띠어리 :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 Final Edition)의 타이틀곡이었다. '띠어리' 시리즈는 윤하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펼친 앨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소규모 인원도 한자리에 모일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진짜 너무 쓸쓸"해서 강아지만 끼고 있었다는 윤하는 공연이 취소되고 일거리도 없어서 "진짜 너무 심심"한 나머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우리는 별로부터 온 자식들'에서 출발해 '시간이란 무엇인가' 궁금해지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 개념을 알게 됐다.

윤하는 "저는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나오다 보니까 뭔가 물리에 대해 제대로 관심 가지거나 공부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아, 저건 아는 내용이네' 이런 게 없고, 다 모르는 내용이어서 하나씩 보다 보니까 빠져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지구로 날아오려고 하는 살별(혜성)과 교감하는 소녀, 하지만 충돌을 원치 않는 소녀의 기도를 받들어 블랙홀로 궤도를 꺾는 선택을 하는 살별. 윤하는 "저는 울컥한 스토리지만 대부분 공감을 못 한다. 제 팬들은 공감해 주시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라며 이번 '그로우스 띠어리'는 "어쩔 수 없이 절벽 아래로 떠밀려" 버려, "도전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하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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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발매된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 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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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이 이렇게까지 잘될 줄 예상했을까. 사실 윤하는 '어떤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없었다. '정규앨범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지론을 가진 대표는 윤하에게 '제발 너의 아티스트적 역량을 발휘할 것'을 요구했고, "마감이 다가오고 뭐라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윤하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제가 이렇게 생겼는데도 정이 좀 많고 (일동 웃음) 한번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 자꾸 생각이 나요. '왜 그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 인과관계에 집착하는 편인데, 어릴 땐 더 심했고 그거에 대한 정리가 한번 필요했던 거 같아요.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떠나간 인연을 어떻게 정의하고 정리해야 할지가… 제 인생에 필요했던 부분이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목이) '사건의 지평선'이니까 잘 외우지도 못할 거 같고 별로 기대를 못 했죠.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니까 놀랐어요."

그동안 발매된 곡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기다리다'를 꼽았던 윤하.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으로 바뀌었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사건의 지평선'으로 변한 것 같다. 그냥 제 취향 차이라기보다는, 거기(음악)에 입혀지는 추억 이야기가 되게 많더라"라고 운을 뗀 후, 댓글 창에 올라오곤 하는 많은 이들의 사연을 읽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걸 읽으면 이제는 이 곡이 더 이상 나만의 곡이 아니게 됐구나, 중요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구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윤하는 현재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와도 10년 넘게 꽤 긴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첫 회사에서 독립한 후 레이블을 만든 후, '사장님'이 여러 번 바뀌는 걸 본 윤하는 6년 전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했다. '내가 더 이상 뭔가를 하긴 어렵겠다'라고 생각한 탓이다. 현재 대표이사가 회사를 인수할 당시 '속는 셈 치고 3년 해 보자'라고 제안했고, 윤하는 그걸 받아들였다. "정말 속는 셈 치고 했다가 대박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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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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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왜 은퇴까지 생각한 걸까. 레이블 만들고 나서 정규 4집 '슈퍼소닉'(Supersonic)을 내놨을 때였다. 윤하는 "마음에 맞는 분들과 열심히 '슈퍼소닉' 앨범 만들고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게 회사 전체를 돌리기에는 보상이 적었다. 쉽지가 않았다, 그 인력을 감당하기가. 결국 그 팀이 와해됐는데 완전히 혼자가 된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고 싶을까' 하면서 '나는 만들어져 왔던 사람이구나' '내가 스스로 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자각했다. 길을 찾기 위해 헤매던 시간이 한 5년에서 5년 반 정도"라고 털어놨다.

'3년만 더 해 보자'라는 권유를 받고 이후에라도 이와 관련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눠본 적이 있는지 질문하자, 윤하는 "베팅을 해 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어차피 저는 그만둘 거였다. 3년 더하고 그만두나 지금 그만두나 그만둘 건데,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회사가) 전화도 받아주고 좋겠지, 이런 정도의 생각으로 하게 됐던 거다. 진짜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주년과 비교해 20주년의 소감이 어떤지 물으니 윤하는 "10년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좀 알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20주년은 '어떻게 왔지?' 했다. 10주년은 뭔가 '의도한 대로 잘 왔다'였는데. 제가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줄 알았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지금은 제가 하는 부분이 너무 작게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고 나머지를 누군가가 채워준다는 건 기적적인 일인데… 엔터 산업에 대해서 자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이게 제조업이 아니라서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구 하나가 바뀌면 완전히 콘셉트가 바뀌어버리니까, 온전하게 결과물이 안정적으로 완성되는 부분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구나 체감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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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가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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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이 가능했던 건, 아낌없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팬덤 '홀릭스'의 역할도 컸다. 윤하는 팬들과 하는 1:1 소통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하다. 1400여 명의 구독자에게 오늘 본 것, 베란다 텃밭 농사 결과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곡에 대한 뒷이야기 등을 전한다. "거의 하루 종일" 해서 너무 메시지가 쌓이다 보니 알람을 꺼 놓는 팬들도 있다고.

기억나는 답장이 있는지 묻자, 윤하는 "답장은 잘 안되더라. 자주 못 오면 '어디 간 줄 알았잖아' 하지만 또 그다음에 알람 꺼 두고. 뭔가 친구비를 받는 느낌이다. 다달이 오천 원씩 내 가수 가계에 보태라고 하시는 건지, 제가 여기서 노래 부르는 것도 아닌데 여기(메시지 서비스)에 투자하는 걸 볼 때 가끔 미안하다. 그래서 기프티콘도 가끔 보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파 값이 올라서 대파 기르기 키트 세트를 보냈단다.

비교적 최근 윤하의 팬이 된 경우 이전 팬들과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세대가 확실히 달라지니까 좋아하는 노래가 다르더라. 6집 위주 곡이 많고, 아직까지는 쭈뼛쭈뼛한 느낌도 있다. '아직 잘 모르지만' '저는 뉴비(신입)입니다' 하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소위 '고인물'이라고 하는 오래된 팬분들이 '해치지 않는다'라며 튜토리얼 같은 가이드를 주고 있다. 7집 앨범이 발매됐으니 진정한 신규 고객(팬)님이 오시면 더 이상 신입생이 아니니까 걸맞게 행동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저는 얘기한다. 당신들도 전문가라고"라고 설명했다.

이번 컴백을 앞두고서는 '팬들의 성장'도 느꼈다고. 윤하는 "이번 앨범 테마가 '성장'인데, 우리 팬들도 애쓰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음원) 총공 계정이 열린 거다. 이렇게 하시면 된다고 올라오고, 아이돌 밈이 올라오면 그것도 따라서 같이 올려주신다. 시대에 맞춰서 하는? '아, 나만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구나' 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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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이날 인터뷰에서 에스파 카리나를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에스파 공식 트위터/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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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에스파(aespa) 카리나를 칭찬하는 이미지가 유명하다는 말에, 윤하는 "계속 두드릴 거다. 카리나, 열릴 때까지 두드릴 거다.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에스파, 카리나. 에스파다. 에스파 멋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하도 '슈퍼소닉' 앨범을 냈고 최근 에스파도 '슈퍼노바'(Supernova)로 사랑받고 있으니 세계관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니, 윤하는 "오, 감사하다!"라고 답했다.

협업을 한다면 어떤 방향일까. 윤하는 "SM이 제가 그리는 그림에 타긴 어렵지 않을까.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열려있는 협업!"이라며 가장 좋아하는 에스파 노래로 '블랙맘바'(Black Mamba)를 꼽았다. 춤이 멋있다는 이유다. 혹시 카리나가 춤을 추라면 추겠다고 호언한 윤하는, "제가 파면 너무 파니까" 아직 메시지 서비스 구독이나 소셜미디어 팔로우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20주년. 윤하는 "무대에 세워주실 때까지" 이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음악은 계속 놓지 않"을 거라고. 팬들과 약속한 것도 있다. 독도에서 금환일식을 볼 수 있는 2041년, 팬들과 음악회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윤하는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라고 전제한 후, 팬들에게 '일단 고위직 공무원이 돼서 연락을 달라'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2060년 계획도 있다. 1차적으로는 '살아있기'가 목표다. 이어 "(음식을) 씹기가 힘들 테니까 (식사를) 게장 비빔밥 형태로 해서 디너쇼를 하자고 했다. 그때 입찰에 참여할 게장업체가 되라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뭔가 약속이 있으면 거기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게 되든 안 되든 힘이 돼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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