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수장 흘라잉 사령관 연설…구체적 일정은 언급 안 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총선 실시 준비 명목으로 다음 달 인구조사를 실시한다.
3일 AP통신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일 방송 연설에서 다음 달 1∼15일 전국 인구조사를 실시한다며 모든 국민이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군정 최고 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의 궁극적 목표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민주주의 선거'라며 인구조사가 유권자 명부 작성의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조사가 개발 사업 등의 자료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이듬해 2월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는 최장 2년간 유지될 수 있으며, 이후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군정은 애초 2023년 8월 총선을 치르고 권력을 새로운 정부에 이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규정된 횟수를 넘겨 비상사태를 추가로 연장하면서 총선을 미뤄왔다.
이후 군정은 2025년 총선 실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번 연설에서 구체적인 총선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군정이 조만간 총선을 실시한다는 데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인구조사 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 폰 랏 NUG 대변인은 "국민들이 정보를 제공하면 테러조직(군정)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며 "선거는 핑계일 뿐이며, 그들에게는 선거를 실시할 정당성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국들과 미얀마 민주 진영 등은 총선을 실시해도 군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치 고문 등 NLD 핵심 인사들이 쿠데타 이후 대거 체포돼 수감 중이며, NLD도 해산됐다.
반군 공세로 현재 군정은 여러 지역 통제권을 잃었기 때문에 전국적인 인구조사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미얀마 군정을 배후에서 지원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군정이 주도하는 선거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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