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페트릴로, 패럴림픽에 출전한 역대 두 번째 성전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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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육상 선수 페트릴로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패럴림픽에 출전한 역대 두 번째 '성전환 선수'인 발렌티나 페트릴로(51·이탈리아)가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400ｍ(스포츠등급 T12)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패럴림픽 출전으로 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었다"며 "내가 여자 종목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달리겠다"고 밝혔다.
페트릴로는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 400ｍ 준결선에서 57초58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전체 6위에 머물러 4명이 얻는 결선행 티켓을 놓쳤다.
예선에서는 58초35, 전체 6위로 준결선에 나섰지만 다음 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페트릴로는 장애인 육상에 '트랜스젠더 논란'을 부른 선수다.
그는 아홉 살 때부터 성정체성에 의문을 품었다.
14세가 되던 해에는 퇴행성 안구질환인 스타가르트병 진단을 받아 시력을 잃었다.
41세이던 2015년 장애인 육상에 입문한 그는 2018년까지 이탈리아 시각장애육상경기에서 11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과 결혼해 아들도 얻은 페트릴로는 2018년 성전환을 결심했고, 2019년부터 구체적으로 '여성이 되기 위한 의학적인 절차'를 밟았다.
2020년 9월부터는 육상 여자 종목에 출전했다.
세계장애인육상연맹이 제시한 '대회 12개월 전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고자,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고 신체의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는 여성화 호르몬 대체 요법을 꾸준히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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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릴로의 역주 |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난 페트릴로가 여자 종목에 출전하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때론 과격한 메시지가 페트릴로를 두렵게 한다.
그는 2023년 3월에는 자신을 향한 위협이 두려워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선수권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패럴림픽 출전을 향한 열망은 꺾지 않았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페트릴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원반던지기에 출전한 잉그리드 판크라넨(네덜란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패럴림픽에 출전한 성전환 선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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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마친 성전환 육상 선수 페트릴로 |
페트릴로는 3일 준결선이 끝난 뒤 이탈리아 TV 라이1과 인터뷰에서 "내가 '이제는 여자 선수로 뛰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 '다른 여성 선수가 트랙 위에서 나를 볼 때 어떤 기분일까. 나를 향해 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페트릴로조차 자신의 여자 경기 출전에 반대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지길 바랐다.
페트릴로는 "우리 성전환 선수들도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고, 스포츠의 세계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포용은 스포츠의 중요한 가치여야 한다. 해결책을 찾아가는 데 포용이 중요한 열쇠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향한 증오에는 두려움도 드러냈다.
페트릴로는 "안타깝게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증오심을 마주해야 한다"며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두렵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트릴로가 가장 이해받고 싶은 대상은 아들이다.
그는 "내 아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트랜스젠더 아빠'이기 때문에 아들에게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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