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2회 연속 동메달…"메달, 고기반찬 들고 할머니 묘소 찾을 것"
동메달 따고 눈물 흘리는 주정훈 |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장애인 태권도 간판 주정훈(30·SK에코플랜트)의 동메달엔 부상을 숨기고 뛴 투혼이 녹아있었다.
주정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눌란 돔바예프를 7-1로 꺾은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관중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절뚝이며 코트에서 내려왔다.
그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걸음을 뗐다.
메달 세리머니에선 다른 선수들이 그를 부축했다.
주정훈은 "(8강전) 니콜라 스파히치(세르비아)와 경기 중 상대 무릎에 왼쪽 골반을 맞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라며 "대기 시간에 화장실에서 혼자 앉아있으면서 마음을 추슬렀는데,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무조건 참고하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주정훈은 성치 않은 몸 상태로 준결승에 나섰다.
부상 여파는 컸다. 그는 멕시코의 루이스 마리오 나헤라를 상대로 7-0으로 앞서다가 추격을 허용했고, 연장 혈투 끝에 8-10으로 역전패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통증을 꾹 참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고, 결국 시상대에 올랐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주정훈은 "나헤라와 준결승에서 많이 앞서다가 역전을 허용해 아쉽다"라며 "사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주정훈은 홀가분한 듯했다.
그는 할머니에 관한 질문에 "약속한 대로 메달과 고기반찬을 들고 묘소를 찾아가 인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훈은 만 2세 때 할머니 댁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장애인이 됐다.
이후 할머니 김분선 씨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치매를 앓다 2021년에 별세했다.
주정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할머니 묘소를 찾아 파리 대회를 마친 뒤 메달과 평소 좋아하던 고기반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밤새워서 경기를 보셨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그동안 무뚝뚝했는데, 애교를 부리는 막내아들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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