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범죄…방심위, "점검 후 강력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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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탐사기획 끝까지판다팀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미성년자 대상 집단 성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연속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가능했던 건 우울증 갤러리 실태를 알려온 제보자들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제보자들은 단순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과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성범죄 피해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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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수치스러운 제 불법촬영 사진이 올라왔어요. 한 번이 끝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여 번 씩.. 가해자가 게시글을 쓸 때마다 고정 사진으로 올렸어요. 그 이후부터 강박적으로 24시간 내내 계속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었어요."
- 제보자-
하루에도 8천 개가 넘는 글이 쏟아지는 게시판에서, 이들이 범죄 정황을 캐치해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이들은 쳐다보기도 싫은 게시판을 어쩔 수 없이 밤을 지새우며 모니터링하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했다고 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제보를 결심했고, 지난해 말 새롭게 결성된 '히데팸'의 범죄 정황을 취재진과 함께 파헤쳤습니다.
이들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하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제보자들이 겪어온 이 커뮤니티 공간은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폐쇄가 답이라고 말을 하는 걸까요?
"범죄자들한테는 최적의 공간"
제보자 A 씨는 "우울증 갤러리만큼 범죄자한테 최적의 공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① 개인정보 수집 안 하는 디시인사이드
"경찰에서 유동 IP, 통신사 IP라 특정 못한다. 그리고 그냥 수사 중지가 나버렸어요."
- 제보자 -
A 씨는 자신을 향한 가해성 글을 올린 사람들을 2차례 고소했지만, 모두 수사 중지됐다고 했습니다. 게시자가 누구인지 특정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디시인사이드는 1999년에 개설된 우리나라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별도의 가입 없이 자유롭게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죠. 2021년도부터는 그전에 수집했던 이메일 정보도 아예 폐기하면서 완전한 익명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에 '고정닉', '유동닉'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고정닉은 가입하면서 고정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고, 유동닉은 별도 가입 없이 글을 쓸 때마다 닉네임을 바꾸는 걸 말합니다. 고정닉을 쓰면 같은 닉네임으로 글이 게시되니 어느정도 정체성이 드러나지만, 유동닉을 쓰면 누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단, 유동닉 옆에는 IP 주소가 같이 기록됩니다. '판다(106.101)' 이런 식입니다. 닉네임을 매번 바꿔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올렸다면 '엄마 판다(106.101)', '아빠 판다(106.101)' 이렇게 같은 IP 주소가 나타납니다.
'IP가 기록되면 추적하면 되는 거 아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IP는 기록되더라도, 그 외에 아무런 개인정보도 수집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다른 개인정보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 IP, 특히 통신사 IP를 사용하거나 VPN을 통해 우회해서 글을 쓰면 누가 쓴 건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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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요? IP는 크게 고정 IP와 유동 IP로 나뉩니다. 고정 IP는 말 그대로 하나의 IP 주소를 쭉 사용하는 것이고, 유동 IP는 고정적이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매번 주소를 할당받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집이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건 대부분 유동 IP입니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300세대가 사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300세대 모두 다른 고정 IP 주소를 할당받는 게 아니라 300개보다 적은 IP를 가지고 공유합니다. 예로, 내가 노트북을 쓰다가 끄고 나면 내가 쓰던 IP를 옆집에서 그 IP를 받아서 컴퓨터를 할 수도 있는 식입니다. IP를 돌려쓰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수사기관이 IP를 특정했더라도, 어느 집에서 올린 건지 확인하려면 또 다른 보강 증거가 필요한 겁니다. 더군다나 피시방이나 카페 등 장소를 옮겨가며 올리거나, VPN을 쓰면 더욱 특정이 어렵겠죠.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한 피해자는 "능욕글이 100개가 올라와도 매번 다른 IP, VPN을 쓰고 있어서 채증을 계속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가까스로 검찰 송치까지 됐는데 1년 동안 무기한으로 처분이 연기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통신사 IP입니다. 통신사 IP는 개개인마다 다른 게 아니라, 동시간대 같은 지역이면 같은 주소를 배당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 관계자는 "통신사 IP가 잡기가 까다로운 편인데, 같은 시간대 같은 지역에서 같은 IP를 쓴 사람이 수백, 수천 명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어 선별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른 증거나 수사기법을 더해서 용의자를 검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로그 보관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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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는 IP 주소 등이 포함된 로그 기록을 3개월 동안 보관합니다. 3개월이 지난 글에 대해선 아무 기록이 남지 않아, 수사기관도 알아낼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작성자가 자신의 글을 지워버리면, 기간과 관계없이 IP 주소 등 어떤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몇 이용자들은 이 점을 악용해 피해자를 겨냥한 글을 잠깐 올렸다가 삭제하는 방식으로 지능적으로 괴롭히기도 합니다. 피해자한테 알림이 뜨도록 한 후 어떤 기록도 안 남기기 위해 스스로 삭제하는 겁니다. 이런 행위들을 여러번 목격한익명의 이용자는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걸 원하는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악의적인 애들은 '15초 뒤에 삭제', '10초 뒤 삭제', '5초 뒤에 삭제' 이런 식으로 글을 올려요"
-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③ 피해를 당해도 알리지 않는다
"게시판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취약한 미성년 여학생들이 많이 오고, 일부 성인 남성들이 다른 목적으로 오고 있다 보니까 너무 문제가 많아요.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강력 범죄란 말이죠. 그에 비해 사이트는 너무 접근성이 좋아요."
- 제보자 -
근본적으로 우울증 갤러리는 어떤 사람들이 찾는 곳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어린 미성년자들입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어떤 피해를 입어도, 그 피해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도 입을 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 놓여 도움을 청할 곳이 없거나, 아직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엔 어린 나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지 않길 바라야겠지만, 정신적으로 취약한 어린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으려면 이만한 공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폐쇄가 능사가 아니다?…방심위 "점검 후 강력 조치"
디시인사이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미 지난해, 경찰이 한 차례 디시 측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자율규제 강화' 의결에 그쳤습니다. "해당 게시판이 자살유발 정보 등 범죄를 목적으로 개설됐거나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고, 대다수 게시물이 단순 우울감 호소 및 도움을 주는 내용 등이 혼재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불법 정보에 대한 삭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게시판 전체에 대해 시정요구를 조치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디시 측은 방심위 의결에 따라 베트남과 중국에 모니터링 요원 40여 명을 두고, 불법-유해 정보에 대해 즉각 삭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폐쇄가 필요하단 여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선택의 문제인데 저희가 봤을 때는 풍선 효과거든요. 우울증 갤러리를 그렇게 막아버리면 이분들 다른 데로 가거든요. 어쨌든 저희는 지금 제도권 하에서 운영이 되는 거잖아요. 그걸 이용자들도 인식을 하고 있고."
- 박주돈 디시인사이드 부사장 -
현재 디시인사이드는 현행법 기준에 맞춰 운영하고 있는 건데, 오히려 이를 막으면 제도권 밖 음지의 공간으로 이동해서 같은 일이 벌어질 거란 겁니다. 한 곳에 모여 있던 범죄자, 혹은 집단이 '점 조직화'되어 뿔뿔이 흩어져 더 범죄 예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방심위는 이번 SBS 보도 후, 최근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의 자율규제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시 측에 그동안 자율규제 실적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분석해 강력 조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제는 유아기 때부터 휴대전화, 태블릿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시대입니다. 온라인 공간에 대한 접근이 너무나도 쉬워진 세상인데, 그만큼 범죄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초·중·고등학교까지 퍼지고 있는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만 봐도 알 수 있죠. 무방비로 어린 아이들까지 디지털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에, 어느 한 매체를 고리로 온·오프라인 범죄가 반복되는 게 확인이 됐는데도 그저 자율에 맡긴다면 우리 사회가 무책임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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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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