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개혁 1차 실행안 의결…"의료계와 양자 협의도 가능"
환자·의료진 보호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국가보상도 강화
2·3차 실행안에서는 '실손보험·의사면허제' 혁신
의료개혁특위 회의결과 브리핑 |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정부가 의사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올해 안에 출범한다.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년 정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 논의기구 구조 |
◇ 의사 수급 논의기구 출범…"합리적 대안 내면 2026년 정원 논의 가능"
의료개혁특위는 우선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논의기구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 직종별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되는데, 의료개혁특위는 위원 추천 절차를 9월에 시작할 계획이다.
'수급추계 전문위원회'는 공급자와 수요자, 전문가 단체의 추천인으로 구성되고, 이때 공급자(의료인)의 추천 비중을 50% 이상으로 한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서 의사 인력 수급·추계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의료계에서 추천하는 통계학, 경제학 전문가들이 절반 이상 참여하도록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간호사 등 '직종별 자문위원회'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에서 인력을 추계할 때 직역의 특수성을 대변할 자문기구로, 여기에도 각 직역이 50% 이상 참여한다.
의료개혁특위는 추계 작업을 지원할 기관으로 내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한다.
특위는 향후 이 센터를 미국의 보건의료자원서비스청(HRSA) 같은 통합 인력정책 지원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위는 우선 의사와 간호사부터 수급을 추계한 뒤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다른 직역도 추계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년 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급 추계·조정 시스템은 고령화, 기술 발전, 정부 정책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인력 수급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기제를 만들자는 취지"이라며 "의료계가 시스템 활용에 동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추계 시스템을 활용한 (정원 증원)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 대한의학회, 전공의 단체 등에 특위 참여를 요청해왔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의료계가 원하면 의료개혁특위 논의 외에 별도의 양자 협의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의료계에서 수급추계 기구에 참여하셔서 빨리 의견을 줄수록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브리핑하는 조규홍 장관 |
◇ 의료진·환자 보호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특위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안전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의료 사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유감 또는 사과 표현이 향후 수사,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한다.
경상해의 경우 의사나 간호사 등 담당 의료진이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고, 중상해는 병원장 또는 진료과별 안전 관리자가 수술 계획과 실제 치료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중상해 사건의 의료분쟁 조정 절차에서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도울 '환자 대변인'(가칭)을 신설하고, 의학적 감정 과정에서 2인 이상의 의료인이 참여하는 '복수·교차 감정 체계'를 도입한다.
투명한 분쟁 조정을 위해 환자, 소비자, 의료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민 옴부즈맨'(가칭) 제도를 도입하고, 법 개정을 통해 감정 불복 절차 신설, 조정 협의 기회 확대 등도 시행한다.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의 상품을 늘리고, 공제 체계도 도입한다.
내년부터는 의료사고 위험이 큰 필수진료과 전공의와 전문의를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일부(30%, 50억원)를 지원한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최대 보상 한도는 기존 3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린다. 분만 외에도 중증 소아, 중증 응급수술 등으로 불가항력 사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
◇ 특위, 올해말·내년초 후속 방안 발표…'실손보험·면허제' 혁신
특위는 이날 발표한 1차 실행방안에 이어 올해 말에 2차, 내년 초에 3차 실행방안을 잇달아 발표할 계획이다.
2차 실행방안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관리 강화, 실손보험 구조 개혁,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달리 비용을 환자 본인이 모두 부담한다. 의료기관이 수익 증대를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받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실손보험 도입 후에는 수입을 늘리려는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고, 그만큼 환자 부담도 커졌다.
특위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 합리화, 실손보험 상품의 관리·계약 구조 혁신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내년에 발표할 3차 개혁방안에는 의사의 독립적 진료역량 확보, 초고령사회 대비 의료전달체계 확충, 미용시장 관리 등을 위한 정책들이 담긴다.
이 가운데 진료역량 확보는 의대 졸업 후 임상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특위는 임상 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환자를 대면하도록 면허를 개편(진료면허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단장은 "진료면허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환자 안전 등을 위해 외국에서도 많이 운용 중인 제도"라며 "전공의 수련 여건 개선 등과 병행해서 진료면허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특위는 올해 2월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외에 국민과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추가 개혁 과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위는 오는 10월 다음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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