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의 ‘프락치 공작’ 피해자인 박만규 목사가 지난 5월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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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당시 강제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이른바 ‘프락치’(비밀 정보원) 활동을 강요받은 고 이종명 목사와 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일부 승소했다. 두 목사 측은 “피해 회복 등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1심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민사8-1부(재판장 김태호)는 29일 이·박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국가가 원고들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의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박 목사는 1970~80년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강제 연행돼 고문을 당하고 동료 학생에 대한 감시와 동향 보고 등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프락치 강요 공작은 전두환 정권이 ‘녹화 공작’을 추진하던 보안사 심사과 폐지 후에 ‘선도 업무’라는 명칭으로 1987년까지 지속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022년 조사를 벌여 강제징집과 녹화·선도공작 피해자 2921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 중 182명을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했다. 국가의 사과와 재발 방지, 피해회복 조치, 피해사실 조사기구 설치, 의료접근권 강화 등 5가지 사항도 권고했다.
이후 이·박 목사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진화위의 국가폭력 관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두 목사 측은 “국가가 다시는 이런 폭력을 국민에게 저지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 목사는 1심 선고 이후인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나 이번 항소심 재판에는 유족이 원고로 참여했다.
법무부는 1심 직후 항소를 포기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피해자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국민의 억울한 피해가 있으면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날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1심 선고 후 한 전 장관이 보도자료 한 장으로 사과하고 항소를 포기한다고 하기에 ‘피해자와 만나라’고 했지만 일절 반응이 없었다”며 “항소심에서도 정부가 (1심의) 권리 소멸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사과는 ‘쇼’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 측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공권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은 국가폭력 피해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9000만원이라는 게 너무 참담하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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