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파리 덩페르 로슈로 광장 옆에서 열린 파리 해방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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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6일 제도적 안정을 위해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추천한 총리 후보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이에 좌파 진영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국의 혼란은 걷히지 않고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좌파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제도적 안정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27일 정당들과 새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일간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그는 신인민전선이 이끄는 정부를 구성할 경우 “의회의 다른 모든 정당이 불신임 투표를 해 즉시 무너질 것”이라며 신인민전선이 내세운 파리 재무국장 출신의 뤼시 카스테(37)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인민전선을 이끄는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를 제외한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에 “다른 정치 세력과 협력할 방법을 제시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르몽드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고립시켜 신인민전선에 분열을 일으키려 했지만 좌파 동맹이 그에 맞서 단결하고 있다”고 짚었다.
좌파 연합은 카스테 총리 후보 임명이 논의되지 않는 한 향후 협의 참여를 거부하겠다고 해 왔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조정관(당 대표 격) 마뉘엘 봉파르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용납할 수 없는 반민주적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뤼크 멜랑숑 전 대표는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좌파 연합은 성명 발표 뒤 거리 집회와 대통령 탄핵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녹색당 지도자 마린 통들리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의 4분의 3이 “마크롱 주의와의 정치적 단절을 원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신인민전선은 577석 중 182석, 범여권은 168석, 극우 진영은 143석을 차지해, 좌파 연합이 원내 다수 세력이 됐으나 모두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범여권인 앙상블과 극우 국민연합(RN) 등이 신인민전선이 추천한 총리 후보가 임명될 경우 불신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이 카스테를 지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의회에 내년 정부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는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것도 부담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현재 좌우 양극단 진영이 아닌, 사회당 출신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내무부 장관과 중도우파 성향의 공화당 출신 그자비에 베르트랑 의원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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