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이미지컷. 경향신문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유포가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지지만 처벌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대체로 집행을 유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조항이 있어도 솜방망이 판결 경향 탓에 재발 방지 효과가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7일 최근 2년간 ‘딥페이크법(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의2)’ 조항이 적용돼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살펴본 결과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2022년 8월27일부터 지난 26일까지 ‘허위영상물’ 단어가 포함된 1심 확정 사건 77건 중 양형사유가 상세히 기재된 10건이 분석 대상이었다. 분석 대상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 초범 여부, 반성 여부 등의 양형 참작 사유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뢰인으로부터 장당 1000원을 받고 연예인·일반인 여성의 얼굴 사진을 나체 사진으로 합성한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A씨가 합성한 사진은 970장에 달했다. 법원은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년 동안 1000여개에 달하는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B씨도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건당 2500원을 받고 지인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 C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대부분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거나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지난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D씨(19)는 SNS에 게시된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의 사진을 캡쳐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어 전송했다. 재판부는 “나이가 만 19세로 비교적 어리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사촌이 SNS에 올린 사진을 딥페이크 합성물로 만들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유포한 E씨에 대해 재판부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아직 나이가 어리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조윤희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채)는 “지인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지만 이 같은 피해가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초범이라는 이유로 형을 깎는 것이 적절한지는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작·유포를 넘어 딥페이크 합성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죄질이 더 나쁜 사건에 대해 더 낮은 형량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고등학교 동창의 프로필 사진을 내려받아 음란물 동영상으로 합성한 뒤 피해자를 협박한 F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피해자에게 영상과 함께 “저 영상 ○○(지역명) 사람들한테 퍼져도 되나?” “친구들한테 연락 좀 해도 될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2022년 11월 재판부는 F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문에도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중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의 형량 기준. 양형위원회 누리집 캡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판결 경향은 법 조항이나 양형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다 법원 역시 양형 가중요소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명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의2’는 허위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등을 양형가중요소로 꼽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법이 정해둔 만큼도 적용되지 않고 집행유예가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입법부·사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은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소유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점 등 법적 공백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저장·시청한 사람도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 학교·군대 이어 가정까지 파고든 딥페이크 성착취물···‘대책이 없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261641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해병대원 순직 사건, 누가 뒤집었나? 결정적 순간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