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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좌파진영이 제안한 총리 거부…프랑스 정국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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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여야 지도자 연쇄회동 후 "좌파 정부, 불신임될 것"

총리 후보로 경제학자 내세운 좌파연합 반발 "대통령 탄핵안 제출"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총선 결과에 따른 새 총리 임명을 미루면서 프랑스 정국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달 조기총선에서 1당에 오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국정 불안정이 우려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NFP는 선거에 따른 민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맹비난하며 '대통령 탄핵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6일(현지시간) AFP,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NFP가 내세운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NFP로 구성된 정부는 "의회에서 다른 세력들에 의한 불신임 투표로 즉시 무너질 것"이라며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을 위해 "이 선택지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가로막히거나 약화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나흘 동안 여야 지도자 등과 연쇄 회동한 뒤 나온 것이다.

그는 지난 23일부터 NFP, 범여권,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도자들과 상·하원 의장을 잇달아 접견해 새 총리 인선을 비롯한 내각 구성 방안을 협의했다.

일각에선 각계의 의견을 취합한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임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에서 27일 정치 지도자 등과 만나겠다며 '협상 재개'를 예고했다. 프랑스는 지난 달 7일 조기 총선이 끝난 뒤 한 달 넘게 불확실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총선에서 NFP 182석, 범여권 168석, RN 등 극우 진영은 143석을 차지해 세 진영 모두 과반인 289석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존 내각은 사임하고,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지만 총리 지명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충돌하면서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1당이 된 NFP는 경제학자이자 파리시 재정국장인 루시 카스테트(37)를 총리 후보로 내세우며 지명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집권 여당과 RN 등은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이끄는 NFP 정부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하겠다며 어깃장을 놨다.

이에 LFI는 새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역제안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RN은 LFI가 NFP를 실질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런 제안은 무의미하다며 좌파 정부에 대한 '불신임' 입장을 고수했다.

프랑스 헌법상 내각 불신임안은 재적의원 10분의 1이 서명하면 안건으로 제출되고,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내각은 사퇴해야 한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총리 지명 거부에 거세게 반발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대통령이 NFP를 1위 정당에 올려놓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카스테트를 총리로 지명하길 거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LFI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대통령 탄핵의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현재 정치 지형상 탄핵안 가결도 사실상 불가능해 NFP의 탄핵안 제출은 정치적 의사표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좌우 양극단 진영을 제외하고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도록 '공화 전선'을 구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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