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자재마트의 채소 매대에서는 시금치가 한 단에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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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자재마트 내 채소판매 코너는 썰렁했다. 시민들은 가격표를 슬쩍 보곤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매대 앞 적힌 시금치 가격은 한 단에 1만2000원. 이마저도 재고품이라 가격이 싼 것이었다. 해당 마트의 김유현 농산물 팀장(39)은 “사흘 전 가락시장에선 시금치 경매가가 4㎏(한 박스·10단)에 31만원씩 했다”며 “한 단에 3만1000원꼴이라 아예 손도 못 대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급 더위에 시금치와 배추, 고추 등 채소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채소가게는 시금치 등 엽채류를 매대에서 빼고 있고, 외식업주와 소비자들은 고물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규모가 작은 채소가게에서는 시금치와 배추, 상추 등 엽채류를 아예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덕동의 한 채소가게 종업원 A씨는 “시금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가지고 와도 팔리지 않으니 못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덕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이모씨(87)는 “시금치는 물론 다른 나물거리도 없다”며 “여름이면 (상추와 시금치 등이) 녹아서 물건이 없기도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아주 심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에서 파는 시금치 4㎏짜리 한 상자의 가격은 27만3700원(특 등급 기준)으로, 지난 1일 4만8827원보다 6배 가까이 올랐다. 10㎏짜리 청양고추는 지난 1일에 5만4397원에서 지난 23일 11만1136원으로 곱절 넘게 올랐다.
파는 사람뿐 아니라 외식업주와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4)는 “한 상자에 1만원 하던 청양고추는 12만원, 이번엔 상추 가격도 지난해 대비 배로 올랐다”며 “매출은 그대로인데 식자재 가격만 올라 미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김모씨(62)는 “고기쌈을 먹으려고 상추를 사러 왔는데 평소 2000원하던 한 봉지가 4200원”이라며 “추석도 가까워 오는데 그전까지 물가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갑갑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를 여는 등 추석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김유현 팀장은 “뉴스에선 복숭아 가격이 안정됐다고 했는데 더위가 이어지면서 상품성이 있는 것은 여전히 비싸다”며 “과연 제대로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g에 300원 하던 당근은 800원, 100개들이 오이 한 상자도 8만원에서 14만원, 알배기 쌈배추 한 알은 평소 3000원에서 5000원으로 비싸졌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군에서 20년 넘게 고추·상추를 키우는 노기환씨(68)는 “더위가 심해 상추 등의 뿌리에 이상이 오고 지상부의 잎은 증식이 안 되고 있다”며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어 “4㎏짜리 한 상추 상자가 평소 7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정작 생산이 안 돼 매출은 50% 이상 떨어졌다”며 “정부가 당장 수입하자는 대책을 넘어 자연재해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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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408202018015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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