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3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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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당시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던 야당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방류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우려와 비판이 괴담이자 거짓선동이었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의 인식이야말로 ‘무지와 비과학적 확신에 차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4~5년 후의 일인데, 윤석열 정부는 그사이 5년 후, 10년 후로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왔는가”라고 꼬집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24일은 야당이 후쿠시마 ‘괴담’을 방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우리 정부가) 지난 1년간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 기준 벗어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오염수 방류의 무해함이 1년 사이 각종 검사로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야당의 황당한 괴담 선동 아니었으면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6000억원이 이 과정에 투입됐다”며 “야당이 국민 분열이 아닌 민생을 위한 정치를 했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일 수 있었던 혈세”라고 강조했다. 시료 채취와 해양 방사능 감시 강화, 어민 피해 지원 비용 등으로 쓰인 예산을 ‘쓰지 않았어도 될 비용’으로 치부한 것이다.
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체 무슨 근거로 국민과 야당의 우려를 괴담으로 매도하나.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이후 방사능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고, 일본 환경부 자료에서 방류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10배로 뛰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우리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종 보고서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 하나만 믿고 동의해준 오염수 방류는 최소 30년간 이어진다”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저지른) 범죄의 공범이자 방조범”이라고 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도 여전히 대통령실의 태도를 일제히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전날 성명에서 “중국과 홍콩이 오염수 투기를 우려하며 자국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1년간 안전기준을 벗어나는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며 문제를 단순화하고 있다”며 “방사선에 ‘안전한 기준’이란 없으며, 관리용에 불과한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선량 방사선, 방사선 누적 위험 등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국민 대상 장기 추적조사를 위한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원전 문제를 연구해온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명예교수는 “장기적 피해를 봐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1년 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하거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해버린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에도 즉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건 수입 수산물에 대해 스트론튬89·90을 측정한 결과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론튬은 체내에 들어가면 뼈에 쉽게 축적돼 골수암과 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염수 해양투기 1년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찬성했고,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76%에 이른다고 밝혔다. 조사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장나래 윤연정 고한솔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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