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제명’ 의견으로 징계개시 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징계위는 오는 26일 정례 회의를 열고 권 전 대법관 징계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21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 의견으로 변호사 징계개시 청구를 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 종류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제명은 징계 중 두 번째로 수위가 높다.
권 전 대법관의 징계 사유는 ‘대장동 사건’과 연관된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2021년 1~8월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을 맡았다. 그러면서 대장동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과 행정소송 1심에서 법률문서를 작성하는 등 변호사 직무를 수행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지난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튿날 변협에 징계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신청했다.
변협 징계위는 오는 26일 정례 회의에서 권 전 대법관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바로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변협 관계자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관례에 따라 심의절차가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의 형사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의절차를 재개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이 진행 중이더라도 증거가 명백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으면 징계위 차원에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권 전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는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 전 대법관이 이 판결의 대가로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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