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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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부정축재 의혹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한 것처럼 대중에게 알려진 고 김용태 전 의원(공화당 소속 5선)이 실상은 신군부가 주축이 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의 강요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일 제85차 위원회를 열고 김 전 의원과 그의 동생 김모씨가 합수부에 의해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2005년 세상을 떠난 김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5·16쿠데타 가담자이자 1960~70년대 정치 실세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합수부는 1980년 김 전 의원과 대전에서 골재재취 사업을 하던 동생 김씨를 불법구금하고, 김 전 의원이 강제로 의원직을 사퇴하도록 강요했다. 김 전 의원은 38일 동안, 김씨는 46일 동안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부정 축재 및 개인 비리에 대한 위압적인 수사를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신군부가 1980년 5월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한 후 이른바 정치쇄신, 공무원 숙정, 사회정화의 명분을 내세워 정치·사회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에 나섰고 이 사건도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 형제는 억압된 상태에서 재산 헌납 기부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후에야 두 사람은 석방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강압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이며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 제소하기 전 화해를 신청해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한 것은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국가에 권고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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