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위사실로 표현의 자유 한도 넘어 명예훼손"
수원법원종합청사 |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충분한 근거나 검증 없이 피해자를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지목한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한도를 넘은 것으로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음모론과 가짜뉴스는 일단 전파되면 그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며 "때로는 재난 그 자체만큼이나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긴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22년 11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20대 남성 B씨를 비방하기 위해 그가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이라고 지목한 혐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아보카도 오일을 길에 뿌려 바닥을 미끄럽게 하고 단소로 사람들을 밀라는 신호를 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진 바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해당 의혹을 수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가 방송하기 하루 전인 같은 달 5일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 비판 발언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방송에서 1시간 넘게 B씨의 사진과 연설 동영상을 제시하며 "거의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너무 비슷해 보이는 인물이 여기 방송에 나와서 얼굴까지 공개하고 방송에 출연했다", "충격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해당 방송으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자 "방송 내용이 거짓이 아니고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박 판사는 "피해자는 각시탈을 쓴 남성이 아니고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고의로 이태원 참사를 일으킨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허위"라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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