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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해리스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 힐러리 "유리천장에 균열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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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전당대회]전대 첫날부터 열기 '후끈'

"대통령으로 있기엔 너무 늙었다"

바이든 50여년 정치인생 마무리

참석자들 '조를 사랑한다' 팻말

동맹 중시 기조 등 새 정강 채택

행사장 인근선 대규모 친팔 시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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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된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는 “우리는 (트럼프 시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함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뀐 후 활기를 되찾은 민주당의 에너지는 이날 전당대회장에서 고스란히 분출됐다. 용퇴를 결정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딸 애슐리 바이든의 소개로 연단에 올랐을 때는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We ♥ Joe)’는 팻말이 전당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일부 대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과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에 여성의 힘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과업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넘겼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 자신의 50여 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1968년 린든 존슨 이후 5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과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시도였던 1·6 의회 습격 사태를 언급하며 “민주주의 수호에 중요한 변곡점이고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업적인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하지 않고 어떻게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후보를 넘겨받은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서는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는 이미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4년 전 그를 부통령으로 택한 것을 두고 “내 정치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또 “나보고 사퇴하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이 모든 얘기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퇴 과정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30세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금은 대통령으로 있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겸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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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만큼이나 전당대회장을 뜨겁게 달군 인사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대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환호성을 질렀는데, 행사가 한동안 진행이 되지 못할 정도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과 같은 여성 정치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도전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서 8년 전처럼 트럼프의 날카로운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검사로서 활약한 해리스 부통령의 이력을 부각하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재판 위에 잠자고 있었고, 그가 깨어났을 때는 전례 없는 34개 혐의로 기소된 대선 후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 “해리스는 결코 독재자에게 ‘러브레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꼬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문턱까지 갔던 그는 “해리스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에 많은 균열을 내고 있다”면서 “장벽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에게 길이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6년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약 6585만 표를 득표해 트럼프 전 대통령(약 6298만 표)보다 많은 표를 확보했지만 ‘승자 독식제’인 선거인단 제도로 인해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설자로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여성들이 다수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연설자들이 세대와 인종을 아우르는 여성들이었는데 이는 유리 천장을 깨려는 해리스에 대한 경의를 뜻한다”고 짚었다. 이 밖에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등 노동계에서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이 이어졌다.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민주당은 동맹 중시 기조와 중국과의 경쟁을 강조한 새로운 정강도 통과시켰다. 새 정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과의 관계를 크게 경색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파트너들이 강할 때 가장 강하다. 우리는 동맹들에 결코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자리를 위협하는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견제 의지를 보이면서도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경감)을 추구하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 행사장 인근에서는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중동 정책을 성토하는 수많은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민주당은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을 후원하고 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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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지를 두고 복잡한 심경을 보이기도 했다. 예니(32) 씨는 “적어도 해리스가 조시 셔피로를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과연 그가 대통령이 돼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을지 쉽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대인인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의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였지만 그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있었고, 결국 해리스 부통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시카고=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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