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가 ‘폭군’으로 OTT 작품에 첫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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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강우(46)가 영화 ‘귀공자’에 이어 디즈니+ 시리즈 ‘폭군’으로 박훈정 감독, 배우 김선호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돌아왔다.
‘폭군’에서 미국 정보기관 요원 폴 역을 맡은 김강우를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4부작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마녀’ 시리즈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박훈정 감독의 첫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 작품이다.
김강우는 공개 소감을 묻자 “OTT 오리지널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는 관객수로 반응을 바로 알고, 드라마도 시청률로 알 수 있는데 이건 시청자분들이 어떤 반응일지 잘 모르겠다.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폭군’은 처음부터 디즈니+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은 아니다. 영화로 기획됐으나 시리즈 공개로 변경된 것.
김강우는 “시리즈 공개가 더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캐릭터들이 각자 달라서 시리즈로 나와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원래 시리즈로 기획한 것처럼 편집을 잘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로 글로벌 인기를 얻는다는 그런 기대는 안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큰 시장에 던져졌으니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지만 나도 ‘오징어 게임’처럼 잘 될거란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 외국 반응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장난스레 덧붙이기도 했다.
김강우가 맡은 ‘폴’은 한국에서 폭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친미 라인인 국정원 요원들에게 정보를 뿌려 폭군 프로젝트를 저지하고, 이를 주관하는 최국장(김선호 분)을 잡아 프로젝트 전부를 빼앗으려는 인물이다.
김강우는 “폴의 전사가 따로 나오진 않는다. 대사에 힌트들이 있지 않나. 그걸 가지고 상상했다. 외형적으론 혼혈이 아니니까 한국인 부모 아래에 태어난 교포고, 어릴 때 미국에 넘어갔을거고 똑똑했을거고. ‘미국이냐 한국이냐’를 선택할 순간에 망설임 없이 미국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자주 한국에 왔어서 외국인이지만 한국문화를 완벽하게 알고. 최국장과는 교환학생으로 만났을 거고. 최국장이 만만치 않은 놈이란걸 알았을 것”이라고 자신이 설정한 전사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그는 “폴은 검은 머리 외국인인데 목적성이 명확하지 않나. 한국 문화를 능숙하게 알고,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알면서 기본적으로 우월감이 베이스로 깔린다. ‘너희들이 왜?’, ‘건방지게’ 라는 대사나 말투, 눈빛에서 우월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국장과 대학 선후배 관계인 폴은 오랜만에 재회한 최국장에게 “(폭군은) 한국 실력으로는 감당 못한다. 그러니까 그냥 주라. 좋은 말로 할 때. 아니면 싹 다 죽이고 가져갈까?”라며 폭군 프로젝트를 달라고 협박하고, 최국장이 거절하자 “아주 위험한 생각을 가졌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다. 각자 사이즈라는게 있다. 사이즈에 맞게 놀자. 너희는 적당히 차나 반도체 같은거 잘 만들면 되지 않냐. 그런 누가 뭐하고 하냐. 왜 이러냐 건방지게”라며 강압하기도 한다.
극중 메인 빌런인 폴을 연기하면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김강우는 “(폴의 행동에는) 폴의 의지라기 보단 그걸 한국이 가지면 안된다는 미국의 의지가 있었을거고, 그걸 해결해야한다는 공무원적인 마인드와 더불어 ‘너네들이 건방지게 이런걸 왜?’라는 우월감이 있다. 이 캐릭터가 어려운게 전체적인 신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국장은 리액션이 센거고, 사건의 시작과 끝맺음은 폴이 하는거라 그런 디자인이 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루하면 안된다. 대사가 귀에 꽂혀야 해서 리듬감을 살렸다. 애드리브도 안하고 스피디하게 연기하려 했다. 폴은 머리도 좋고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그런 대사들이 준비된 것처럼 기승전결에 맞춰 다다다다 나와야 했다. 그렇게 장면마다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빌런으로 활약했던 폴의 엔딩은 조금 허무했다. 이에 대해 묻자 김강우는 “개인적으론 허무하게 느끼지만 작품 전체로 보면 2시간 반 안에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없어져야 하니 맞다고 본다”며 엔딩에 납득했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인물들은 ‘조국을 위해’, ‘국가를 위해’라는 대의 아래 있지만, 어딘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다. 부하 직원이 죽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보고, ‘대의’를 위해서라며 그간 함께하던 사람들도 죄책감 없이 살해한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전작을 함께 해봤으니, 감독님이 표현하는 캐릭터들의 색깔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왜 그렇지?’하는 건 배우의 몫이 아니다. 현실감이 결여되면 안되기 때문에 그 속에 디테일을 넣어 최대한 세상에 있는 것처럼 만들도록 호흡을 넣고 감정을 넣는게 저의 일이고 배우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폭군’의 메인 서사를 이끌어가는 조윤수에 대해서는 “대단하다”면서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성별을 떠나 고강도 액션신을 신인으로서 소화한다는게 쉽지 않다. 노하우도 없이 맨몸으로 부딛힌게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선배로서 조언해준 부분이 있나 묻자 김강우는 “‘다치지 마라’였다”며 “다치면 네 손해라는 말을 해줬었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다. 신인 때는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앞선다. 몸을 아껴야하는 순간이 있는데 의지가 이성을 비집고 나가면 사고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조심해라. 안전하게 해라’라는 말을 했다. 현장에서 많이 챙겨줬겠지만, 의지가 강하면 순간 사고가 터지니까”라고 덧붙였다.
김강우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 김선호와 함께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김강우는 먼저 박훈정 감독에 대해 “전작을 함께 하면서 캐릭터를 잘 만드는 감독님이라는 걸 알았다. 제가 ‘귀공자’ 속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지, 바로 이어서 작품을 함께 한다는게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 걱정을 더 하셨을 감독님을 믿고 출연을 선택했다. 다른 캐릭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제안을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선호에 대해서는 “저는 같이 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부담감이 있다면 같이 연기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귀공자’에 바로 이어서 같이 한다는 점에서였다. 선호씨의 연기가 아예 모르르 스타일도 아니고, 치열하게 캐릭터끼리 붙었는데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또 같이 연기한다는게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더라. 어떻게 작품이 나올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점이 많다. 오래 연극도 해왔고. 갑자기 나타난 스타도 아니지 않나. (연기에 대해) 고민한 시간들도 많았을거고. 매체에서 달콤하고 미소년 같은 느낌이 부각되어서 그렇지 보여줘야 할 색깔들이 어마어마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김강우는 일견 비슷한 결로 보일 수 있는 ‘폭군’ 속 폴과 ‘귀공자’ 속 한 이사를 연기하면서 차별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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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속 한 이사와 ‘폭군’ 속 폴은 빌런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의 결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떻게 차별화 했을까. 김강우는 “대본상 차별화가 있었다. 한 이사는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한국인 악당 느낌이 세다. 다혈질이고 생각보단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폴 같은 경우는 직접 행동을 하진 않는다. 미국 입장을 대변하고, 주도면밀하다. 다른 캐릭터로 다르게 연기를 해야했다. ‘귀공자’에선 감정을 액션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대사만으로 해야하고, 계속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대사 양도 많고. 스피디하고 리듬감 있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김강우는 또 “비주얼적으로 유니크하면 좋겠다 싶었다. 미국 고위 공무원이니 평범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튀지는 않게, 선을 좀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유분방한 모습이 조금 드러나면서 클래식함을 잃지 않도록 했다”고 외양상 신경쓴 부분을 말했다. 또 ‘검은 머리 외국인’ 다움이 드러나는 영어 연기에 대해서는 “영어 뉘앙스를 100% 이해할 순 없지 않나. 억양의 작은 차이가 감정이 같은 대사라도 달라 보이게 하기 때문에 계속 연습했다.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물 밑에서 발버둥 치는 백조처럼. 발버둥을 많이 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인 ‘마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작품 내에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는 만큼 시즌2를 기대해봄 직하다. 이에 김강우는 “사실 제작발표회때 ‘마녀’의 연장선이란걸 알았다”면서 “저는 죽었으니까 알아서들 하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어서 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귀공자’에 이어 ‘폭군’까지 다크한 작품들을 연달아해온 김강우는 차기작으로 코미디와 멜로를 바랐다. 김강우는 “상관없다”면서도 “코미디와 멜로. 사실 들어왔으면 하는 장르를 말하는 것 같다. 어두운 작품을 많이 했으니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받는 시나리오 수가 전반적으로 줄었다더라. 나한테만 안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업계에 그런 이야기들이 많다. 어려운 것 같더라. 혹자는 역대 최악이라고, 이런 불황이 없었다고 한다. 제가 배우를 24년 해왔지만 쉬웠던 적은 없다. 몇년 사이 급격하게 시장이 변했는데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는 사람들 많다. 어떻게 보면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줄어든 부분도 있으니까”라고 급변한 업계 상황을 짚기도 했다.
업계가 급변하면서 한국 작품들이 OTT를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는 장점도 있다. 김강우는 “이전엔 국내에 공개한 뒤 반응을 보고 좋으면 수출하는 것이었는데 전세계에서 동시에 시청하게 되지 않았나. 이에 대한 인지력이 약하다. 이런 상황은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선배들도 몰랐을 것 같다. ‘어어어?’하다가 보니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며 작품의 글로벌 평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 OTT 작품인 만큼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알아차리기 어렵겠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시청자,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강우는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를 잘 안한다. 작품이 재미있다, 없다 이런 이야기는 안하는 편이다. 가까운 사이일 수록 이런 이야기 안하지 않나. 그래서 가족들 사이 평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연애 할 때부터 리뷰를 원래 잘 안하는 타입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아이들이 겁이 많다. 엄마가 ‘무서워’라고 하니 아빠가 나오는 작품을 못보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폭군’을 시청하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홍보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김강우는 “여름에 보기 좋은 작품이다. 길지도 않다. 시리즈가 길면 휴가를 잡고, 하루를 할애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영화 한 편을 보듯 금방 볼 수 있다. 또 캐릭터들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인물들이 치열하게 서로 주고 받는게 있다. 그런 유기적인 관계들이 재미있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폴에 집중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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