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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안창호 후보자, ‘중대재해법 기소 1호 기업’ 변호···‘위헌 제청’ 주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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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경향신문 자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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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변호사 재직 시절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1호 기업’인 두성산업의 1심 변호를 맡았고 사측 변호인단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이끈 것으로 밝혀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정히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온 인권위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경력이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안 후보자의 노동 인권 의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안 후보자는 2018년 9월 헌법재판관직을 퇴임한 뒤 2021년 10월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로 영입됐다. 안 후보자는 두성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2022년 6월 기소된 사건의 1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에어컨 부품을 만드는 기업인 두성산업은 직원 16명이 세척액을 사용했다가 독성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 중독 판정을 받아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검찰이 이 법으로 사업주를 기소한 1호 사건이었다.

2022년 10월 화우 변호인단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며 위헌제청소송을 냈다. 해당 법률이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안 후보자는 “이번 신청을 통해 불명확한 범죄 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변호인단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형량을 비교하며 법상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의 죄질이 중앙선 침범이나 무면허, 음주운전 등보다 가벼운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 ‘중대재해법 첫 기소’ 두성산업, 위헌 제청 신청…노동계 “적반하장”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10131739001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위헌심판 신청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이 “우리 사회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보건 및 안전의무를 부과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밝혔다. 교통사고특례법은 과실범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처벌 대상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원은 두성산업 대표이사 A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20시간을 명령했다. 두성산업 법인에 대해선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30일 예정이다. 안 후보자는 항소심은 수임하지 않았다.

인권위와 중대재해처벌법


경향신문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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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안팎에서는 기업을 대변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던 안 후보자가 노동 안전과 인권 문제에서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고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 안전 문제는 기본적인 생명권과 직결된 인권 문제”라며 “안 후보자가 일터의 안전 문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나 인권위원장에게 걸맞는 인권 감수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지금에 와서 입장이 달라졌다면, 그것은 표변할 수 있는 법 기술자라는 뜻이라서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앞서 인권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계기가 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2주기에 정부에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를 직고용하라는 등 권고안을 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엔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020년 산재 사망자 수는 2062명,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의 그간 행보와 반대되는 안 후보자의 이력에 인권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안 후보자는 국제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했고, 중대재해법 위헌법률제청에 앞장서 왔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력에 대한 노동조합의 비판과 이 법을 바라보는 후보자 자신의 생각을 묻는 경향신문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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