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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스마트폰 소식

새 스마트폰에 나도 모르게 깔려 있는 앱의 비밀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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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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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에 깔린 앱 중에는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사전에 설치된 앱이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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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스마트폰엔 처음부터 수십개의 앱이 설치돼 있습니다. 일정 관리, 계산기, 메모 등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공장에서 갓 나온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들을 '선탑재앱'이라 부릅니다.

# 그런데, 선탑재앱 중에는 왜 깔려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앱도 있습니다. 통신사 앱, OTT 앱, 음악 스트리밍 앱 등 유료 앱들이 그렇습니다.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하나하나 삭제해야 하는 데다 몇몇 앱은 지우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새 스마트폰에는 왜 구매자가 원하지도 않은 앱을 설치해 놓은 걸까요? 이런 선탑재앱을 그냥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요? 더스쿠프가 선탑재앱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선탑재앱' 1편입니다.

얼마 전, 큰맘 먹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A씨. 값을 꽤 치르고 산 제품이라 내심 기대하면서 전원 버튼을 눌러 기기를 켰습니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수십개의 앱이 A씨를 반깁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카메라·연락처 등 스마트폰에 자체 내장된 기본 앱 말고도 기업에서 만든 앱이 적지 않습니다. 공인인증서 앱부터 통신사 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내비게이션, 은행 앱 등이 즐비합니다.

대부분은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었기에 A씨는 시간을 들여 이들 앱을 대부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삭제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화면에 띄워놓았습니다. 찜찜했습니다. "비싸게 주고 산 새 폰에, 왜 내가 원하지도 않은 앱들이 잔뜩 들어 있는 걸까."

■ 선탑재앱의 실체 = 새 스마트폰을 사면 무엇부터 하시나요? 열에 아홉은 기존 스마트폰에서 쓰던 앱을 다시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요즘에는 운영체제(OS)가 같을 경우 이전 스마트폰에서 쓰던 앱을 자동으로 설치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전원만 켜두면 알아서 사용자 정보를 가져와 앱 플랫폼에서 내려받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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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선탑재앱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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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모두 설치한 다음엔, '화면 정리'에 들어갑니다. 앱들을 분류해서 자주 쓰는 앱은 첫 화면에 띄우고, 자주 쓰지 않거나 필요가 없는 앱은 바탕화면에서 없애거나 아예 삭제합니다. 조금 복잡하긴 해도, 이 또한 새로 산 스마트폰을 다루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리를 하다 보면, 설치한 기억이 없는 앱들이 눈에 띌 겁니다. 앞서 언급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내비게이션 등 앱들이 그렇습니다. 이들 앱은 SK텔레콤·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의 전용 앱이나 계열사가 만든 서비스로, 이통사를 거쳐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깔립니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이를 '선탑재앱(Pre-installed Apps)'이라고 부릅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공급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이통사가 미리 설치해 둔 앱을 뜻합니다.

새 스마트폰에 어떤 선탑재앱이 깔려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7월 24일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6'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K텔레콤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의 경우, 'T전화' 'T월드' '원스토어' 'T멤버십' 등 4개 앱이 스마트폰에 필수로 설치됩니다. 원스토어는 이통3사와 네이버가 합작해서 만든 앱 마켓이고, 나머지는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혜택이나 편의 서비스 관련 앱입니다. 이들 앱은 스마트폰에서 삭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엔 음악 스트리밍 앱 '플로(FLO)', OTT 서비스 '웨이브', 내비게이션 앱 'T맵', 쇼핑몰 '11번가' 등 SK텔레콤 또는 SK그룹사가 운영 중인 앱이 9개 설치돼 있습니다.

삭제할 수 없는 통신사 앱들

SK텔레콤만 그런 게 아닙니다. KT와 LG유플러스에서 구매한 스마트폰에도 선탑재앱이 적지 않습니다. KT는 삭제 불가능한 필수 앱이 3개, 삭제 가능한 앱이 9개 있습니다. LG유플러스도 삭제 불가 앱 2개, 삭제 가능한 앱 10개가 기본 설치돼 있습니다.

선탑재앱 중 대부분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삭제할 수 있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꽤 찜찜한 상황임엔 분명합니다.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돈을 주고 산 스마트폰인데, 마치 중고폰인 것처럼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기능들이 잔뜩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로선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짜고 '상술'을 부렸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선탑재앱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멤버십 혜택이나 요금제 내역을 확인할 때 관련 앱이 없으면 소비자가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진다"면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필수 앱들을 미리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탑재앱이 소비자를 위한 조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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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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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긴 역사 = 선탑재앱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는 꽤 깁니다. 시계추를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으로 돌려볼까요? 그해 8월에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당시)은 "최신 스마트폰에 기본 설치된 앱 다수가 삭제가 불가능하게 돼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당시 최신 스마트폰이던 갤럭시S4에 무려 69개에 이르는 삭제 불가능한 선탑재앱을 설치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선탑재앱 수도 각각 64개, 63개나 됐죠.

이들 앱이 사용자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쇼핑몰 앱(11번가)부터 SNS(싸이월드), 인터넷 방송 앱(아프리카TV) 등이 대부분으로, 기업 서비스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다분했죠. 당시 박대출 의원은 "100만원을 상회하는 고가의 구입 비용을 지불하고도 소비자는 제조사 및 통신사가 설치한 앱을 삭제할 권한이 없다"면서 "제조사와 통신사의 꼼수로 소비자가 우롱당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정부에서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한 게 시작입니다. 시행령 중 하나인 제42조 제1항에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앱을 삭제하는 걸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후 2018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이 시행령은 법률로 상향 입법됐죠.

■ 입법 후 남은 문제들 = 그럼에도 선탑재앱 논란은 꾸준하게 일어났습니다. 2022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자사 스마트폰에 설치된 선탑재앱 4개를 삭제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방통위는 조사한 5개 스마트폰에 총 63개의 삭제 불가능한 선탑재앱이 있었고, 그중 4개 앱이 스마트폰 기능 구현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삭제할 수 없는 선탑재앱 가짓수가 크게 줄었으니 상황이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는 손쉽게 앱을 삭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선탑재앱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를 바꿀 때만 봐도 이런 선탑재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가령, SK텔레콤에서 스마트폰을 개통한 소비자가 중간에 어떤 이유로 KT로 통신사를 옮겼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탑재앱이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라면, 통신사가 바뀌었을 때 선탑재앱도 해당 통신사 앱으로 바뀌도록 해야겠죠. 통신사가 KT로 바뀌면 T월드나 T멤버십 같은 SK텔레콤의 앱들은 쓸모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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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를 바꿔도 선탑재앱 종류는 바뀌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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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거의 없습니다. 통신사를 바꿔도 화면엔 여전히 SK텔레콤 선탑재앱이 남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지울 수도 없으니 소비자로선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이 때문인지 인터넷에선 '통신사 기본 앱을 삭제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누리꾼의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삭제 불가능한 선탑재앱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도 있지만, 평범한 소비자가 따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선탑재앱 대부분을 지울 수 있다고 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이 생기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선탑재앱이 거추장스러울뿐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삭제하기 보다는 스마트폰에 그대로 두려 할 겁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 때문인데, 정말 그럴까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선탑재앱 2편에서 이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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