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과거 사례 들어 전망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의 컨테이너들 |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공약대로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얼마나 타격을 받을까? 이 경우 당장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수출에만 의존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부채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기 힘들어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체탄 아야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가 쓴 외부 기고 글에서 지난 2018~2019년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 사례를 들어 향후 상황을 예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강제 이전, 대규모 무역 적자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에도 추가로 여러 차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때에도 관세가 수출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기업 신뢰도와 글로벌 자본 지출, 무역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이 중국의 성장에 더 큰 압박을 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포인트 둔화됐지만, 같은 기간 글로벌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중국은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하면서 상쇄 효과를 얻었다.
우선 환율 변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중 평균 관세 인상 영향을 65%를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대로 미국에서는 무역 가중 달러 지수가 상승하면서 관세인상에 따른 총수입 감소 영향을 상쇄했으며 미국의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했다.
둘째로 수출경로 재조정이 시작됐고,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를 가져왔다.
멕시코와 베트남은 2018년 초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된 이후 대미 무역 흑자가 많이 증가했는데 그 증가분의 30% 정도만 중국으로부터의 순수입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추정했다.
중국은 부품을 공급하고 이들 국가에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에 더 많이 진출했다.
셋째로 중국은 새 제품과 수출 지역을 개척하며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12월 21.6%에서 현재 13.5%로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전 세계 상품 수출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2.8%에서 14.4%로 상승했다.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수출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도한 생산설비를 돌리려면 15~20%의 수출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대외 여건이 좋지는 않다.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EU)과 몇몇 신흥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선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 공급 중심 성장 모델은 디플레이션을 관리하는 데 있어 수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수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이익 마진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디플레이션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내수도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 부채-디플레이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2024년과 2025년 명목 GDP 성장률은 각각 4.3%와 4.8%로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4년 말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2021년 말보다 약 3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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