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지난 5월24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진행하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주면 2학기 등록이 시작되지만 6개월째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 교원 확보, 시설 확충 등 의대 교육과 관련된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15일 취재를 종합하면 각 대학들은 다음주부터 2학기 등록을 시작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전날 공개한 국립대 의대 10곳의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 자료를 보면, 대학별 2학기 등록 기간은 이달 20일부터 30일 사이다. 10개 대학 모두 추가 등록 기간을 두거나 의대생을 위해 별도 납부 시기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충남대·충북대·전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는 9월 초에 추가 등록 기간을 뒀다. 부산대는 9월24일, 제주대는 9월27일, 경상국립대는 10월2일, 전북대는 10월14일, 충남대는 10월24일, 충북대는 10월 말에 최종 등록을 시작한다. 경북대는 11월 이후에 의대생 별도 납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고 충북대는 2학기 등록 기간을 12월까지 연장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이 의대생 특혜라는 비판을 무릅쓰고도 2학기 등록 기간을 연장하는 이유는 학칙에 있는 ‘미등록 제적’ 조항 때문이다. 총장의 휴학 허가를 받지 않고 소정의 기간 내에 등록하지 않은 학생은 제적된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2학기 등록을 연말로 늦춰서라도 대규모 제적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대학들은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의대 학사 운영 규정도 개정하고 있다. 강 의원실이 공개한 국립대 의대 10곳의 1학기 성적처리 기한 자료를 보면, 국립대 의대 6곳은 1학기 성적처리 기한을 내년 1·2월로 미룰 예정이다. 부산대·경북대·충남대·강원대·충북대는 F학점 대신 ‘I(Incomplete)’학점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학들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단 유급은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까지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집단 유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예과 1학년은 증원된 내년도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대 교수 충원 규모를 두고도 교육부와 대학 사이 의견 차이가 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내년도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의대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기초·임상의학 교수로 4301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대 9곳은 2363명, 사립대 23곳은 1983명의 교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3년간 국립대 전임교원을 1000명 배치하겠다는 교육부 방침과는 차이가 커 모든 의대가 충분히 교원을 확보할지 미지수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전국 40개 의대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라 증원해도 법정 기준(교수 1인당 학생 8명)을 여유 있게 충족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기초의학 교수와 임상의학 교수를 분리하지 않고 계산한 것으로 인한 착시효과라고 반박한다. 의대에선 기초의학을 배우고 난 다음 임상의학을 배우는데, 기초의학 전공자가 임상의학 교수보다 훨씬 적어 기초의학 교수를 채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날 강경숙 의원실이 확보한 국립대 의대 8곳의 기초의학 전임교수 현황 자료를 보면, 대학별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최소 12.7명에서 최대 22.7명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인 기초의학 교수는 현재도 부족하다”며 “교수 채용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없을 뿐더러 기초분야 교원 증원 등 실효성 있는 교수 정원 확보가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의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시설 확충도 요구하고 있다. 진 의원실이 이날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 의대 9곳의 수요조사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증원 이후 국립대 의대생 1인당 교육시설 연면적(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 합계)이 최대 45㎡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와 충남대는 증원 후 1인당 연면적이 각각 11㎡, 9㎡로 법정 기준(14㎡ 이상)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14동, 활용 면적 21만7938㎡ 규모의 건물이 신축돼야 한다고 써냈다.
진 의원은 “의대 증원 이후 시설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의료 교육환경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대생 증원만 해놓고 교수진과 시설 및 예산 확보 계획은 마련하지 않아 교육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