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결심… 총재 선거 경쟁 본격화
"당 변화 보여줘야, 불출마가 그 첫걸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굳은 표정을 한 채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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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하락하며 당내에서 '기시다로는 차기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다음 달 30일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면 10월부터 새로운 총리가 일본을 이끌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재 선거에서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다음 달 중순 실시될 총재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통상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고, 다수당 차기 총재가 선출되면 대체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치른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불출마 이유로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민심 이반을 꼽았다. 그는 "소속 의원이 일으킨 중대한 사태에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었다"며 "변화를 보여줄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저의 불출마"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자민당 일부 계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개최하면서 후원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지난 1월 계파 해체를 선언했고, 현재 아소파 이외 계파는 모두 해산한 상태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결단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세키구치 마사카즈 자민당 참의원 회장은 NHK방송에 "비자금 스캔들 대응 등 열심히 해 왔기에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엑스(X)에 재임 기간 성과들을 홍보하며 정책 연결성을 강조했고, 지난 7일에는 당내 강경 보수 세력을 의식해 "조속히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기시다 후미오(앞줄) 일본 총리가 6월 5일 일본 도쿄 의회에서 열린 중의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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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자금 스캔들로 추락하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지난달 초 도쿄도의회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연달아 패배하자 당내에서는 '기시다 총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면 정권을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이후 공개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책임져야 한다"며 퇴진론이 분출했다. 기시다 총리가 9월 경선에서 총재 연임에 성공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지지통신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9.4%에 불과했다.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20%보다 낮은 수치였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그만두길 바란다'는 응답이 74%나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내각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해 당내에 퍼지는 거취 압박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총재 선거는 차기 총선을 고려해 '당의 얼굴'을 선택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현직 총리의 불출마로 차기 총재 선거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인사는 아무도 없다. 당내에서는 고노 다로 디지털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4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이날까지 1,046일간 재임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총리 중 재임 기간이 여덟 번째로 길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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