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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그루밍 범죄 전형" (끝까지판다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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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디씨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한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어제(12일) 전해 드렸습니다. 저희가 추가로 취재해 봤더니 이들의 반복되는 범행에도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건지, 김보미 기자가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말부터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에게 수차례 성범죄와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하는 피해자.

[B 양 (14세) : 술 마시고 와서 갑자기 대라 하고 막 때렸는데 '내가 사랑해서 때리는 거다 안 맞을 거냐']

그럼에도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B 양 (14세) :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 해서 제가 '너 설마 영상 가지고 협박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똑똑하네?' 이러면서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듯이….]

실제로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사진들이 우울증 갤러리에 올라오는 걸 보면서 혹시라도 더 많은 영상물이 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B 양 (14세) : 제 영상도 있고 하니까 제가 먼저 꼬리를 내렸어요. 부모님께 알리는 게 저는 너무 무서웠어서….]

또 다른 피해자도 자신의 신상 정보와 사진이 담긴 글이 우울증 갤러리에 올라오고, 다른 남성들까지 가세해 사진을 변형시켜 가며 능욕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C 양 (15세) : 제가 (갤러리에) 올린 적이 없는 사진이 몇 번 올라온 적이 있어요. 교복 입고 있는 사진이라든가….]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 '강증'이라고 해서 강제 인증이라고 하거든요. '10초 뒤에 삭제', '5초 뒤에 삭제' 이런 식으로. 걔네가 원하는 거는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 여성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걸 원하는 거기 때문에….]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두려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고등학생부터 12살 초등학생까지 모두 10대 미성년자들로, 불안정한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이며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B 양 (14세) : 솔직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 걔와의 관계가 너무 좀 중요해서…. '그래 이번만 눈 감고 넘어가자 이번만 넘어가자']

가해자의 폭력과 애원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길들어 갔다고 합니다.

[C 양 (15세) : 자기는 너가 신고하거나 자기랑 헤어지면 죽어 버릴 거다. 저한테는 제 탓이라는 듯….]

이렇게 호의로 포장된 관계는 금전적인 착취로도 이어졌습니다.

[B 양 (14세) : '배고픈데 돈이 없다' 제가 좋아했으니까 돈을 몇 번 보내줬어요. 도저히 화가 안 풀리는데 네가 10만 원 보내주면 그나마 나아질 것 같다.]

성범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어린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착취한 '그루밍 범죄'의 전형으로 분석했습니다.

[한송이/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장 : 취약한 아이들을 꼬드기기 쉬운 방법을 아는 거죠. 외로운 아이들이었잖아요. 우울감이 있는 아이들이고. 나는 너무 외로운데 유일하게 누군가 나한테 다가와 준 거죠. 그런데 이 사람이 나를 떠나겠다? 그거 되게 무섭거든요.]

[딱 갑과 을의 관계였던 거 같아요. 너무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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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Q. 피해자들은 현재 어떤 상황?

[김보미 기자 : 앞서 보셨듯이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2차 가해를 두려워하는 상태라 인터뷰하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부 피해자들은 아예 서면 인터뷰로 대체하기도 했는데요. 저희 취재진은 사진과 영상 자료도 다수 확보했지만, 사용을 일부 자제하면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은 꽤 오랜 고민 끝에 고소를 했는데, 그 후에 고소를 취하하라는 회유성 협박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Q. '청소년 성 착취' 가해자, 직접 만나 보니

[김보미 기자 : 리포트에서 보셨듯 피해자들이 지목한 가해자들은 여러 명인데, 저희 취재진은 이들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직접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그 내용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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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성범죄를 당했다고 지목한 인천의 한 오피스텔.

집주인 남성의 닉네임을 따 이른바 '히데 하우스'로 불리는 곳입니다.

[현장 목격자 : (여학생) 옷을 벗기고 이렇게 막 시시덕거리면서 술 마시고 노는 거를 봤죠.]

[C 양 (15세) : 막 자해하라고 협박하고 담배빵도 남기고 그랬었어요.]

해당 호수를 찾아가 봤습니다.

한참 뒤, 문이 열리더니 모습을 드러낸 남성.

피해자들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20대 남성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히데) : (혹시 ○○○ 씨 맞으세요?) 맞는데 자야 되는데….]

말문을 연 남성은 지난해부터 우울증 갤러리 활동을 하면서 미성년자들과도 자연스럽게 알게 돼 어울린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히데) : 애들이 온 거지 만나자고 직접 부른 적은 한 명도 없어요. 자기도 술 먹고 싶다고 같이 놀자고…. (미성년자인 거는 다 알긴 했어요?) 알긴 했죠. (몇 명 정도가 왔던 것 같아요?) 10명은 넘을걸요.]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피소당한 사실을 캐묻자, 그제 서야 일부 혐의를 인정합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히데) : 그거는 인정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제가 받고 있고…. (한 명이 끝이에요?) 네.]

하지만 약물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처방받은 졸피뎀을 자신이 먹긴 했지만 남에게 강제로 먹이거나 악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히데) : 아 돌려 먹은 게 아니고…. 뭐라고 해야 되지? (각자) 먹어야 돼서 먹은 거예요. 졸피뎀이랑 술을 같이 먹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고….]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30대 남성, 집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으로 활동하시는 분 맞으신가요?) 지난 일이죠.]

피해를 주장하는 미성년자들과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게 돼 교제하던 사이었다며 '의제 강간' 혐의가 적용되는 16세 미만인지는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불법 촬영물을 유포 의혹도 부인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 (그거(촬영물)는 본인이 올린 게 아니세요?) 예. 사실무근입니다. (그럼 그게 어떻게 나가죠 제3자한테?) 교제하던 친구랑 지인이 (채팅방에) 있었는데 우리 지금 이렇게 연말 잘 보내고 있다 그렇게 사진 보낸 거를 그 친구가 (퍼뜨렸어요.)]

불법 낙태를 강요했다고 지목된 또 다른 20대 남성.

피해자의 상세한 증언에도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 (미성년자에게 낙태약을 불법 구매해서 (먹였나요?)) 없어요. 없어요. (마약을 판매하신 의혹이나….) 그런 것도 없습니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혐의로 피소된 남성 4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취재진이 확인한 가해자만도 최소 5명 이상, 모두 20~30대로 이 가운데는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이은의/성범죄 전문 변호사 : 의제 강간이라고 하는 건 애초에 그 연령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것은 성폭행으로 전제한다라는 이런 적극적 의지가 담겨 있는 거죠. 성인 쪽에서 이 부분을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지켜줘야 한다.]

경찰은 피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는 만큼 입건된 남성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함께, 추가로 제기되는 의혹들도 자세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전민규, 디자인 : 최재영)

▶ '히데하우스' 찾아갔더니…"내가 부른 적 없다" 범행 부인
▶ "사랑해서 때린다" 10대 성폭행…갤러리에 신상 유포까지

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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