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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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특별감독 결과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참사 원인을 밝히지도 못한 채 나온 대책이 ‘맹탕’에 과거 대책 ‘재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에서 지난 6월24일 일어난 아리셀 공장 배터리 화재 참사 관련해 벌인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아리셀 쪽이 공장 2곳의 비상구 문을 피난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설치하고, 인화성 액체의 증기가 발생하는 곳에 가스 검지 및 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65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선 사법 조처키로 하고 나머지 노동자 대상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 82건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감독은 참사가 난 공장은 수사 중이란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빠지고, 나머지 공장들만이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사건 초기부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파견 등 희생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과 관련한 내용은 빠진 데다 이날 발표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마저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평가다.
우선 불법 파견이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 산업단지의 고용 구조 관련한 개선 대책은 없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23명 가운데 18명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 관련 대책이라곤 안전보건 수칙과 사망사고 사례, 현장 용어 번역 앱을 소규모 사업장에서 활용토록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노동부는 불법 파견 등 희생자들 고용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경기고용노동지청 등이 수사를 벌이고 있어 추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참사의 특성 중의 하나인 폭발에 가까운 연소가 일어나는 리튬 배터리 화재 관련한 정부 대책도 기업이 금속화재 소화용 팽창 질석과 마른 모래를 사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정도로 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제조업 산업단지 대책도, 리튬 배터리 화학 폭발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다. 개탄과 분노를 일으켰던 위험성평가 제도는 전면 개편은커녕 인정 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뿐”이라며 “정부가 아리셀과 무관하게 이미 추진하던 대책으로 숫자 늘리기에 나서 노동자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그동안 단기 취업에 해당하는 이(E)-9, 에이치(H)-2 비자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한테만 의무화된 산업안전교육을 중장기로 들어오는 모든 취업 비자 대상자까지 확대키로 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하는 이주노동자가 해당 작업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정부가 제시한 형태의 교육은 산업안전 전반에 대한 기본교육에 그칠 수 있으므로 작업장 배치 전 작업장 특성에 맞는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산안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리셀 참사 유족과 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참사는 사실상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고위험 사업장에 투입돼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이주노동자 죽음에 대해서는 산재통계로도 별도로 다루지 않는 현실, 가장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이를 거부할 수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도, 사업장을 이탈할 수도 없는 문제 등이 켜켜이 중첩돼 나타난 문제”라며 정부의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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