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전문가, 유일하게 포함
강경파 의원들은 노골적 반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히잡 착용 단속 완화’ 등 개혁적 공약을 앞세워 지난달 28일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여성 장관을 지명했다. 또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를 주도했던 아바스 아라그치 전 외교차관을 외교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11일 관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날 총 19명으로 구성된 장관 지명자 명단을 의회(마즐리스)에 제출했다. 명단에는 유일한 여성인 파르자네 사데그 도로·도시개발부 장관 지명자(48·사진)가 포함됐다. 의회는 약 2주간 인선안을 검토한 뒤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데그 지명자는 역시 온건파였던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이 재직했던 2018년 도로·도시개발부의 도시계획 및 건축국 부국장으로 발탁된 도시계획 전문가다. 의회 승인을 받으면 1979년 이슬람혁명 후 두 번째 여성 장관에 오른다. 첫 여성 장관은 2009∼2012년 재임한 마르지에 바히드다스트제르디 전 보건장관이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히잡 착용 단속의 주무 부처인 내무장관에는 온건 성향의 고위 경찰 출신 에스칸다르 모메니를 지명했다. 또 핵 합의 당시 서방과의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아라그치 전 차관을 새 외교부 수장 명단에 올렸다.
이번 인선을 두고 보수파와 개혁파는 모두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강경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여성 장관 지명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사데그 지명자를 호명했을 때 많은 의원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개혁파 진영에서는 여성 장관 지명자가 단 한 명이며, 이슬람 수니파 등 소수계도 중용하겠다던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대표적 개혁파 인사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략담당 부통령은 이날 “(더 많은) 여성·청년·소수 집단을 포함하지 못한 게 부끄럽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항의 표시로 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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