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이중레버리지비율/그래픽=윤선정 |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3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자회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보험사 M&A(인수합병)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하나금융의 자본여력을 감안하면 M&A 전략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오는 19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하나생명에 2000억원, 하나손보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하나금융은 출자 배경에 대해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확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하나금융이 보험사 M&A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자회사인 보험사에 자금을 확충하면서 하나금융의 자금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컨퍼런스콜에서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양재혁 하나금융 최고전략책임자는 "비은행 M&A 추진 전략은 바뀐 게 없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스스로는 한계가 있어 M&A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선 하나금융의 자금여력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달 진행될 출자로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122.87%에서 124.43%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에 대한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당국은 130% 아래로 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출자를 포함한 하나금융의 자회사 출자총액은 23조9189억원, 지난 6월말 자기자본은 19조2220억원이다. 추가 자본 확충이 없다고 가정하면 130% 비율까지 1조600억원 가량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변동폭이 큰 현금 및 특정금전신탁 등 가용 가능한 현금성자산 4858억원을 제외한 규모다.
하나금융은 최근 3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결의했다. 계획한 금액만큼 그대로 자본에 반영되면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27% 수준으로 내려가 가용 자금은 1조51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최근 KB·신한·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에 수요예측이 흥행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행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생명과 손보의 증자 마무리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하나금융에 유리하다. 하나생명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지급여력비율(K-ICS)이 9월말 기준 19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나손보도 K-ICS 비율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생명과 손보의 부진에도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2조68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증자 후에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30% 미만을 상당 부분 하회한다"라며 "향후에도 자본증권 발행과 계열사 배당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자본관리가 가능해 무리 없는 M&A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사인 KB·신한금융이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며 자사주 매입·소각 압력이 커진 것은 부담이다. 하나금융의 지난 6월말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2.79%로 작년말(13.22%)보다 0.43%P 하락했다. 목표치인 13%를 위해서는 상반기 3000억원에 이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증자로 하나금융의 보험사 인수 의지가 꺾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외부 차입이 가능하고 금리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오히려 주주환원 부담이 자본 활용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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