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온도 변화와 탈수가 만성질환 악화 요인
더위는 고혈압 환자의 심장과 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추울 때는 혈관이 수축하고, 더울 때는 혈관이 이완하면서 적정 체온을 유지한다. 그런데 에어컨 탓에 실내외의 온도차가 큰 상황에서는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급격하게 반복되면서 혈관에 무리가 가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출혈 등의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더위로 오른 체온을 조절하고 말초혈관까지 혈액을 빠르게 순환하기 위해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는데, 이때 심장에 과부하가 오면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발생하는 탈수를 주의해야 한다.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액이 평소보다 끈적해지는데, 평소보다 혈당 조절 기능이 저하되면서 일시적인 고혈당이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이 농축되어 생긴 혈전이 혈관을 틀어막아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쉽다. 게다가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으로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탓에 건강한 사람보다 체온이 잘 조절되지 않아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도 더욱 높은 편이다.
탈수는 수분 조절 능력이 저하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위협이 된다. 탈수로 인해 콩팥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면 소변으로 칼륨을 배출하지 못해 고칼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면 콩팥 기능이 크게 악화될 뿐만 아니라 심장 근육에까지도 영향을 미쳐 부정맥, 협심증 등을 가져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수분과 나트륨의 균형이 깨지면서 저나트륨혈증으로 인한 두통과 현기증,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체온 변화 줄이고 적절히 수분 보충해야
만성질환자가 폭염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급격한 체온 변화를 막고, 적절한 수분 보충을 통해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급적 기온이 높은 한낮보다는 아침이나 저녁 이후로 외출을 하고, 에어컨이 켜져 있는 실내에서는 담요나 긴 옷을 활용해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하고 싶다면 찬물 샤워는 피해야 한다. 찬물 탓에 혈관이 갑작스럽게 수축하면서 혈압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어서다. 대신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온도의 물로 샤워를 하고, 씻은 후에는 몸을 빠르게 닦아 한기를 줄이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차가운 음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 등으로 열을 식히고자 하는 이들도 많은데, 갑자기 찬 음식을 먹다 보면 혈관 수축으로 인해 혈압이 오르거나 혈액순환 장애가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급하게 먹기보다는 최대한 천천히 먹으면서 체온을 조절해야 하며 두통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
더위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린 후에 단 음식이 당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탈수의 신호일 수도 있는 만큼 수분 보충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 몸속 수분이 부족하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인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잘 전환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단맛의 음식을 찾아 혈당을 높이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만 탈수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데, 이때 당뇨병 환자가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지나치게 치솟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당 함량이 낮은 이온음료나 물을 마시면 체내 수분이 보충되면서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수분 보충 시 콩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을 축인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나눠서 자주 마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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