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문 연 이태원 참사 임시 추모 공간 '별들의 집'
곧 자리 비워야 하지만 아직 향후 장소 논의 無
세월호 임시기억관도 마찬가지…갈 곳 잃은 추모 공간
"적극적으로 합의점 찾아서 추모 공간 안정화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마련된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 2024.06.16.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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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조유리 인턴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광장에 있던 합동분향소가 지난 6월 을지로 부림빌딩 1층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마련된 '별들의 집'은 재개발 문제로 오는 11월까지 자리를 비워야 한다.
90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남았지만 10일 기준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6월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부림빌딩 1층에 문을 연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별들의 집'엔 평일 오전에도 방문객이 있었다. 2명의 손님은 희생자 159명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묵념했다.
이곳에 상주한다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소속 김주은(24)씨는 "주말이 되면 동아리 등에서 단체로 오기도 한다. 방문객이 계속 있지만, 이 공간도 11월엔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시한은 오는 11월2일까지다.
종종 별들의 집을 찾았다는 김용일(63)씨는 "올 사람은 오겠지만, 이렇게 공간을 마련해 두고 또 옮겨야 하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올해 말 재개발을 앞둔 부림빌딩은 서울시가 1~2층을 기부채납 받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유가족과 서울시는 54차례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2월4일 설치한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를 이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합의했다.
다만 이후 별들의 집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 소속 신규협 씨는 "대안 공간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4.16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04.16. ks@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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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불분명한 추모 공간이 별들의 집뿐만은 아니다.
'세월호 기억공간' 역시 이미 이용 기한을 2년이나 넘긴 상태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6월 "당초 2022년 6월30일까지 이용 가능했던 세월호 기억공간은 유가족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세월호 10주기인 올해까지 연장됐다"고 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세월호 기억공간을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과 같은 건물(부림빌딩)에 들어가게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관련 제안이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세월호참사 생존학생 장애진씨의 아버지인 장동원(54) 세월호 유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부림빌딩으로의 이전에 관해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장 팀장은 "전임 시장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완공 후 광화문광장에 공간을 존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엔 어떤 형태든지 추모 공간이 들어설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했다"며 "우선적으로 임시기억관을 만든 후로 어떤 협의도 이후에 진행되지 않았다. 철거하라고만 하고 대안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유가족협의회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의회사무처, 유가족으로 구성된 3자 협의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팀장은 "(추후 마련될 추모 공간의)크기나 위치 등은 모두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며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시 추모 공간이 철거와 이전, 협의를 반복할 때마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나. 결국 이것이 유가족이나 당사자들을 향한 손가락질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뉴욕=AP/뉴시스]지난 8월2일 미국 뉴욕의 국립 9·11 기념관의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판 위에 흰 장미 두 송이가 꽂혀· 있다.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치명적인 9·11 테러 공격 21주년을 만에 묵도와 희생자들의 이름 낭독, 자원봉사, 기타 공물 봉송 등으로 보내고 있다. 2022.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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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공간 예산 지원에 관한 근거법인 재난안전법 66조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의 경우 합동분향소 설치·운영 등 추모사업을 위한 비용을 국고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법령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추모 공간에 국고를 지원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국내와 달리 해외의 경우 상설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국고를 지원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9·11테러를 기리기 위해 만든 미국의 9.11 메모리얼 파크는 시설 건립에 연방정부로부터 27억 달러(9일 환율 기준 3조6825억원)를 지원받았다.
852명이 사망한 19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의 추모 공간 역시 국고 지원을 받았다. 연간 10만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으며, 스웨덴 국왕과 정부 고위 관리들도 매년 추모식에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참사 추모 공간 유지에 관한 논란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 합의를 통한 안정적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번 반복되는 논란"이라며 "예산 투입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조남경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참사의 안정적인 추모공간 마련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익(公益) 중 하나"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일수록 '안전'이란 공익이 증진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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