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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펜싱여왕' 들통난 과거 뭐길래…金 포상금 10억 받고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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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콩은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오리안 말로(프랑스)를 13-1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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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서 홍콩에 첫 금메달을 안겨 준 펜싱 선수 비비안 콩(30·홍콩)이 친중(親中) 논란이 일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콩은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따면서 이번 대회 1호이자 역대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이에 홍콩 정부는 그에게 10억 원이 넘는 포상금을 제공했고, 철도 기업 MTR은 평생 무료 철도 이용권을 주는 등 홍콩 내에서 사랑받는 선수가 됐다.

그런데 콩의 중국 인민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논문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친중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6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콩이 지난달 27일 금메달을 딴 직후, 그가 3년 전에 쓴 석사학위 논문이 지난주부터 인터넷상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2021년 중국 인민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제출된 이 논문에서 콩은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비난하면서 중국 당국의 탄압과 국가보안법 제정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타임은 전했다.

논문에는 당시 시위대가 금융중심가인 센트럴을 점령한 것을 ‘혼란과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난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2020년 제정된 홍콩국가보안법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홍콩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구속·기소되거나 해외로 도피했고 ‘친중 애국자’만 홍콩 입법회(의회) 등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논문 내용이 알려지자 네이선 로 전 입법회(의회) 의원 등 민주 진영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뒤 영국으로 망명한 로 전 의원은 “콩의 승리를 축하한 것이 큰 실수였다”며 그의 정치적 입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 진영 인사들 외 홍콩 팬들 상당수도 논문 공개 이후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됐다고 타임은 전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4일 콩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알렸다. 홍콩 중문대 법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콩은 “20여년간 운동에 전념할 수 있어서 매우 감사했고 격려하고 지지해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3번째 올림픽 참가를 마무리한 뒤 펜싱선수로서의 삶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성장해 홍콩에 보답할 수 있는 삶을 살겠다며 자선기금 설립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문 논란 등 구체적인 은퇴 결정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타임은 콩이 논문 논란으로 은퇴를 선언한 데 대해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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