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싼 엔화'가 만든 증시 폭풍…'캐리 트레이드' 물량 몰라서 더 문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은행이 금융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겠단 시그널을 던졌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맴돌고 있다. 역대 최대의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면서 시장이 보다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정확한 물량 추정이 어려운 점도 불안한 요소다.

머니투데이

원/엔 환율이 약 3개월 만에 900원선을 오르내리며 강세를 보인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너도나도 빌려 수백조 투자…이젠 증시 부메랑

파이낸셜타임스(FT)와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일본의 초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주 일본은행이 급작스레 금리를 높이면서 엔화가 급등하자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수천억달러(수백조원)에 달하는 기존 베팅을 서둘러 청산했고, 이 같은 투매가 지난 5일(월요일) 글로벌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머니투데이

일부 추정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 엔화를 빌려 만든 자금이 멕시코 페소 같은 신흥시장 통화부터 대만 주식, 부동산, 미국 기술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흘러들어갔다. 헤지펀드에서부터 패밀리 오피스와 개인대출, 일본기업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규모도 커 전체 거래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 일반 가계와 기업이 저렴한 엔화를 이용해 해외에 투자한 것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경 간 엔화 차입은 2021년 말 이후 7420억달러(약 1020조원) 증가했다. ING에 따르면 일본에서 발생한 국경 간 대출은 올해 3월 현재 157조엔(약 1480조원)에 달해 2021년 대비 21% 증가했다. 물론 국경 간 차입이 모두 캐리 트레이드에 쓰인 것은 아니다.

UBS의 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2011년 이후로 누적된 달러-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약 5000억달러(약 690조원)로 추산했다. 그 중 약 절반은 지난 2~3년 동안 이뤄진 것이다.


기관 투기적 베팅 상당폭 청산…개인 등으로 확산되면

머니투데이

엔화 '바겐세일'이 끝나자 글로벌 증시가 퍼렇게 질렸다. 경기 침체 우려 속 일본서 싼 가격에 빌려 투자했던 자금이 빠져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금리를 0.15% 인상한 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경제·물가 추이가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엔화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래픽=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 어느 정도의 포지션이 최근 청산된 걸까. UBS의 말콤은 지난 몇 주 동안 약 2000억달러(약 275조원)의 포지션이 매각됐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체 매각 예상분의 약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른 분석가와 트레이더들도 캐리 트레이드를 사용한 기관들의 투기적 베팅은 상당 부분 청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 등 기관과 달리 개인을 비롯해 엔화 현금 기반의 매도 주체로 투매가 확산하면 보다 많은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 도쿄의 JP모간 통화전략가 벤자민 샤틸은 "아무도 얼마나 큰지, 지금 얼마나 풀렸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투기적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불안정한 엔 숏(엔화 매도) 포지션 중 일부는 해소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너럴 통화전략가 킷 저크스도 "세계가 본 적 없는 가장 큰 캐리 트레이드를 마무리하려면 몇몇 사람의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및 엔화 가치 상승은 속도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다. 현재 달러당 146엔 정도인 엔화 환율이 3년 뒤인 2027년 30엔가량 내려갈(엔화 가치 상승)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티은행 통화분석가 오사무 타카시마는 "현재의 조정은 끝의 시작일 뿐"이라며 "엔화가 2026년까지 달러 대비 129엔에 도달한 후 이듬해 116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JP모간 통화전략가 아린담 산딜리아는 "이전보다 속도는 느려져도 (엔화 가치 상승)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