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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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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계약서에 “4대보험 요구 마라”···대학 한국어교원 ‘꼼수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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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국공립대 한국어교원 계약현황 보니

‘가짜 3.3’ 심각···“4대보험 요구 금지”도

유학생 늘어도 처우는···“감독·조사 필요”

경향신문

570돌 한글날을 앞둔 지난 2016년 10월6일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어 겨루기 골든벨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답을 적은 화이트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행사에는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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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상당수가 한국어교원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등 여전히 프리랜서 형태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꼼수 계약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의 개선은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정의당과 함께 25개 국공립대의 ‘국공립대 한국어강사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25개 국공립대 중 10곳은 한국어교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촉·위탁계약을 맺고 있었다. 5곳은 강사의 직급에 따라 근로계약과 위촉계약을 따로 맺고 있었고, 10곳은 강사 전원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분석은 양경규 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교육부 간담회에 참석한 25개 국공립대와 노동부·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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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한국어교원들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2020년 10월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의 사회적 지위 보장과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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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서 근무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한국어교원들과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계약을 맺고 있었다. 초단시간노동자에게는 건강보험·국민연금 당연가입과 퇴직금 지급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3개월 이상 계속 일하지 않으면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초단시간 계약을 맺는 것 역시 여러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대학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4대보험 가입 여부를 자료에 적어 낸 대학 중 한국어교원 전원에게 4대보험을 가입한 대학은 없었다. 경북대와 창원대 등은 고용형태·시간에 관계없이 필수인 산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나오자 노동부와 교육부는 지난 4월 국공립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계약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대학이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등 개선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교원들은 대학 교원들 중에서도 처우가 가장 열악하고 저임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교수나 강사는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지만, 대학 부속 언어교육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원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히 대학들이 한국어교원에게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내리는 실질적인 ‘사용자’인데도, 근로계약과 4대보험 등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프리랜서(개인사업자) 형태로 위촉·위탁계약을 맺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노동계는 이 같은 계약형태를 개인사업자의 사업소득세율 3.3%에 빗대 ‘가짜 3.3’ 계약이라고 부른다.

대학들 “노동자 아냐” “4대보험 묻지 마”


근로계약이나 보험 가입을 거부한 대학들도 있었다. 창원대는 양 전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우리 대학 한국어교원들은 근로자성에 부합되는 요소들보다는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요인들이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므로,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사들과 근로계약을 맺고 4대보험을 전부 적용하고 있는 순천대는 “한국어 교육 관련 우수 전문 업체에 (한국어학당을)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하반기에 검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경국립대가 노동부에 제출한 위촉계약서(예시)를 보면, “본 계약은 4대보험 가입 등의 의무가 없으며, 강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 종료 이후라도 이를 요구하거나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경국립대는 노동부에 “각 강사의 근무처가 본교를 포함해 다수인 상황으로 개인사업자(프리랜서)와의 계약에 해당해 위촉계약 형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수요조사에 따라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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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국립대가 지난 4월 고용노동부·교육보 간담회 이후 노동부에 제출한 한국어강의 위촉계약서 예시. 양경규 전 정의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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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한국어교원들이 지휘·감독을 받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홍익대 한국어교원 7명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을 확정하면서 이들을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고정된 시간에 근무하며 홍익대 교육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강의 시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계약도 실제 노동시간보다 훨씬 짧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의 준비, 행정업무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국립대 시간강사들이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원고들은 학생 상담 및 지도 등의 학생관리 업무와 시험 출제, 채점 및 성적 입력 등의 평가업무, 강의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도 수행해야 했다”면서 “원고들이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영국 정의당 비상구 대표는 “한국어교원은 ‘가짜 3.3’ ‘초단시간’ ‘초단기 계약’ 등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노동인권 사각지대”라며 “노동부는 4대보험 미가입 여부와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근로감독하고, 교육부는 전체 대학 한국어 교원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 [단독]한국어쌤 ‘착취’로 지탱하는 한류?…계약서 모두 모아봤더니[국감2023]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23134401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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