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서 사진이나 영상을 만드는 건 엄연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요즘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각한 성폭력 범죄인데도, 교육 당국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중학생 A 양은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나체가 합성된 '딥페이크' 사진이 담긴 동영상을 봤습니다.
사진을 만든 건 같은 반 남학생 B 군이었는데, B 군의 친구 2명이 이 사진을 몰래 촬영해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다니면서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 학교 여학생만 6명, 다른 학교 여학생 1명도 피해를 본 걸로 드러났습니다.
[A 양 부모 : (A 양이) 보고 나서 말을 못 하더라고…. 소문들이 거기서 나서 학원·학교 애들이 다 알고 있는 (거죠.)]
A 양의 부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는 4일이 지나서야 학교 폭력으로 접수했습니다.
초기에는 가해 학생과 분리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한 달 넘게 지나서야 가해 학생을 다른 반으로 보냈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 : 아이는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교장 : 글쎄요. 학급 교체를 하면 스트레스가 없어질까요? (가해 학생) 어머니라고 생각해 보세요. 거긴 지옥이에요.]
휴대전화 어플을 통해 손쉽게 합성 영상물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최근에는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으로까지 '딥페이크' 범죄가 퍼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만 올 상반기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신고가 20건에 달하자, 경찰도 '신종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황혜영/변호사 : 딥페이크는 심각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데요. 그런데 학교 일선에서는 전통적인 학교폭력과는 다르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서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연령도 어려지고 있는 만큼 교육 당국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양지훈·이상학,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김민영)
김진우 기자 hitr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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