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략 후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그가 멕시코 새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를 받아 눈길을 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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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는 혁명의 주역인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독일을 상대로 한 굴욕 외교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로츠키는 군사 인민위원(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이 도처에서 일으킨 군사반란으로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에 맞서 트로츠키는 ‘붉은 군대’ 증강에 앞장섰고 그 결과 1919년 10월 반혁명군은 완전히 진압됐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는 트로츠키를 견제하고 나선 이가 있었다. 레닌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던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이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공산주의 운동의 세계화 전략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레닌이 후계 구도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1924년 사망한 뒤 소련 최고 권력자 자리는 결국 스탈린이 차지했다. 예상했던 대로 독재자의 보복은 가혹했다. 트로츠키는 1927년 소련 공산당에서 제명된 데 이어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졌다가 1929년 결국 국외로 추방됐다. 그는 10년가량 튀르키예, 프랑스, 노르웨이 등을 전전했는데 어딜 가도 스탈린의 감시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유럽 대륙을 떠나 낯선 멕시코에 정착했으나 평온한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8월20일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하수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이 암살 사건은 소련이 사실상 멕시코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수년간 양국 관계가 험악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레온 트로츠키 전 소련 군사 인민위원. 정적이었던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국외로 추방됐고 1940년 멕시코에서 암살당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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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1일 열릴 멕시코 새 대통령 취임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6일 러시아 일간지가 보도했다. 좌파 성향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이 푸틴 측에 초청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점이 변수다. 러시아는 아니지만 멕시코는 ICC 회원국으로 그 결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푸틴이 멕시코에 입국하는 순간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푸틴 입장에선 과거 트로츠키의 사례를 감안해서라도 멕시코 땅에는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을 듯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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