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기소 면죄부…중소기업은 전관변호사·유족합의로 실형 면해
중재재해 대부분이 간단한 안전장비로도 예방할 수 있는 후진국형 재해
만원짜리 부품만 바꿨더라면…대형로펌엔 수십억
■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주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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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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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망자만 23명이 나와 역대 최악의 중대재해로 기록된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몇 년이 지나도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회사 최고책임자를 처벌해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할 문제가 무엇인지 잠시 돌아보는 의미에서 관련 취지를 이어간 CBS경인본부 주영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주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중대재해처벌법, 어떤 법입니까
[기자]
쉽게 얘기해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정도 심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업을 추진한 경영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법입니다. '정도가 심한'이라는 표현을 법적으로 풀어보면 동일한 사업재해로 한 사람 이상 숨졌거나, 두 사람이 이상이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때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작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3월까지 약 54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99%가 1명 이상 사망한 경우에 속했습니다. 평균을 내보면 3일에 1명 꼴로 산업현장에 출근한 노동자들이 귀가하지 못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중대 산업재해가 자주 일어났다는 말인 것 같은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이 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양태에 대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 가운데 대기업 관련한
법적 조치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수준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도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경영자들이 대형로펌 등의 힘을 빌려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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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나씩 간단히 얘기해 보죠. 대기업에 대한 법적 조치가 미미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최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위반 사건 540여건 가운데 재판으로 넘겨진 건 40건에 불과한데 대기업은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유명한 DL이앤씨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8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9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검찰은 아직 단 1건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7명이 숨져 아리셀 참사 이전에 최악의 중대재해로 기록됐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사건은 지점장과 팀장 등 현장책임자만 재판에 넘겨졌을 뿐 경영자인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에 대한 기소는 아직도 검토 중입니다.
대기업과 관련한 수많은 중대재해가 기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법이 대기업에게는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산업재해 수준이 후진적이라는 지적은 어떤 문제죠?
[기자]
지금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543건을 유형별로 분석했는데 약간의 안전장비만 구비해도 막을 수 있는 추락, 부딪힘, 깔림, 끼임 등이 480건에 달했습니다. 이런 재해를 후진국형 재해라고 합니다. 후진국형 재해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는데 경영자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경영자들이 대형로펌 등의 힘을 빌려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 모두 중소기업입니다. 1심 선고가 이뤄진 17건에 대해 분석을 했더니 2건을 제외하고 모두 경영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경영자들이 실형을 피하는 일종이 공식이 있었습니다. 거액의 전관변호사를 기용해 검찰과 법원에 압박을 가하고 사망자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아 형량을 줄였습니다.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신하나 노동위원장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민변 신하나 노동위원장
"요즘 들어서는 변론에서도 사람의 선을 넘는 그런 변론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25초)
4만5천보 겉다가 숨진 20대 직장인 있었잖아요. 그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골프를 쳐도 4만5천보는 걷는다고 말씀하시고, 자본의 이익에 기여하는 역할을 너무 충실하게 하셔서…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허망함을 느낍니다."
[앵커]
경영자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을 텐데요. 낮은 처벌에 대해 문제 삼는 이유가 또 있나요?
[기자]
경영자들이 변호와 합의 비용의 절반만 썼더라도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을 사건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몇 만원으로 예방할 수 있는데 그걸 안쓰다가 사람이 숨지고 수억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하다보니 사회적 낭비가 너무 크다는 지적입니다. 법조계가 노동현장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경인본부 주영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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