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관련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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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파랗게 질리자 경제수장들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번 '증시 쇼크'와 관련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커졌지만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집중했다.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보낸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 발동된 뒤 다음날 곧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증시 변동성이 워낙 커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일각에선 이번 '증시 쇼크' 과정에서 정부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고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6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전날 증시 쇼크와 관련해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말 이후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77% 내린 2441.55, 코스닥은 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86 포인트(10.8%) 하락하며 24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이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CB) 1단계도 발동됐다.
참석자들은 과거 증시 급락 시에는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됐던 반면 이번 조정은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이 돼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이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한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하면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날 증시는 큰폭 오름세로 전환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2년 만에 최대폭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가 추가 급락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동시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주가가 반등했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동안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불안 재부각, 주요 빅테크(대형IT기업) 실적 우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최 부총리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미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관계기관이 가장 높은 경계감을 갖고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할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에 따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조치들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증시 쇼크' 과정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했단 지적도 나온다. 이미 시장엔 미국발 'R(Recession)의 공포' 위기감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일 △한국 코스피(KOSPI)-3.65% △일본 닛케이 -5.81% △홍콩항셍 -2.08% 등 아시아 증시가 크게 내렸다. 이어 미국 고용지표 악화 소식에 △나스닥 -2.43% △S&P -1.84% 등 주요 뉴욕증시가 한국시간 주말 큰 폭 내리며 우리나라 증시 추가 하방 압력을 키웠다. 실제 공포는 현실화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는 퍼렇게 질리며 '블랙 먼데이'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주말 사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장 시작 전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컨퍼런스콜을 열고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긴 턱없이 부족했다. 이후 최 부총리가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이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블랙 먼데이를 보내고 나서야 F4 회의를 소집키로 하고 이날 오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메시지를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 설명대로 이번 증시 쇼크가 이례적 현상인 것은 분명하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닌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지난 주말 사이 이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시장을 진정시킬 만한 정부 조치가 다소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어제 국내 증시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경제 부처에 몇 가지 말씀을 드린다"며 "증시 하락으로 국민들 걱정이 큰데 정부에서 자신감과 신중함을 갖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메시지와 여러 조치를 잘 강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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