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단말기를 쳐다보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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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증시 폭락은 ‘카멀라 폭락’이라고 주장했다. 5일 뉴욕 증시 주요 지수들이 3% 안팎의 폭락세를 보인 것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증시 폭락세에 대해 여러 건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시장이 엄청나게 침체됐다. 카멀라는 짜증나는 조(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나쁘다”고 했다. 또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파괴한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해리스 부통령)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2024년 대공황이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번영과, 카멀라의 폭락 & 2024년 대공황 중 선택해야 한다”며 “이렇게 매우 멍청한 자들이 공직에 남아 있으면 3차 대전 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모든 면에서 옳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최근 2주간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에 밀리다가 부정적 상황의 책임을 덮어씌울 구실을 찾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할 때 경제가 훨씬 좋았다며 잘된 것은 자기 덕으로, 안 된 것은 바이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는 올해 1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에스앤피(S&P)500 지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여론조사에서 내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매우 좋아서 투자자들이 내가 이긴다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트럼프 증시’”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별개로, 이번 증시 폭락은 경제 지표들이 11월 대선에 끼칠 영향을 다시 환기시켜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도 낮은 실업률과 증시 활황을 성과로 내세워왔다. 전에는 올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상당했던 미국 경제는 계속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에 달하고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면서 순풍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7월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서 미국 경제가 대선 전에 본격적인 둔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공과에 공동 책임이 있고 ‘바이드노믹스’를 대체로 계승하겠다고 밝힌 해리스 부통령은 불리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증시 폭락에 대한 소셜미디어 글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들”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 대응에 결정적인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지 않고 9월 인상 가능성만을 언급한 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 쪽에서는 연준이 실기해 선거 전망이 흐려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는 기준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요구한 것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하지만 증시 등의 지표가 더는 크게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9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진작 효과가 나타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도는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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