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늘 취약했던 우리나라 증시는 이번에도 온갖 대외 이슈에 너덜너덜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낙폭이 과하다면서도 당분간 높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선 실적 전망이 양호한 반도체·조선·헬스케어·소프트웨어·통신 등의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스피 지수가 9% 가까이 추락한 8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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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간에 잔뜩 쌓인 대형 악재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급락 흐름을 보이자 거래소는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와 서킷 브레이커(매매 일시 중단)를 잇달아 발동했다. 그러나 덜덜 떠는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증시 분위기는 패닉셀링(공황매도)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에 착수하면 시장을 둘러싼 모든 리스크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다가오는 금리 인하 시점을 기다리며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11일 연고점(2891.35)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귀에 총상을 입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정치 이벤트 과정에서 기술주 조정이 발생했고, 이후 AI의 투자 대비 효과(ROI)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주요 빅테크 주가는 더욱 세차게 흔들렸다. 이 와중에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긴장감마저 고조되며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월 3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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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덕에 주식시장은 잠시 뜨거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훈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낳았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고용지표가 잇달아 부진하면서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단기간에 켜켜이 쌓인 대형 악재들은 이달 5일 ‘역대 최악의 폭락장’이란 결과로 한국 증시를 흔들었다. 금리 인하 기대가 감쪽같이 사라진 주식시장에는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가 짙게 깔렸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대장주 삼성전자도 ‘R의 공포’ 앞에서는 추풍낙엽(秋風落葉) 신세로 전락하며 전날 10% 넘게 주저앉았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재가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이 늦었다는 걱정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당장 침체가 아니라고 해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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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땐 실적 안정성 주목… 반도체·조선·헬스케어·통신 등”
6일 국내 증시 분위기는 어떨까. 증권업계에선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반대매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그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져 담보 비율을 맞추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절차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하나의 문화가 된 우리 증시에서 반대매매는 개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반대매매로 지수가 추가 하락하고, 또다시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올해 들어 이 같은 신용거래는 증가 추세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5370억원이었다. 이달 1일엔 이보다 2조원 증가한 19조5160억원을 기록했다.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전날(5일) 지수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오늘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며 “결국 저점에 매수하려는 신규 매수가 언제 들어오느냐가 증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시민이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용기관 앞을 걸어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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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현재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주가가 크게 후퇴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노동시장이 둔화했다는 신호가 나와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실업자가 늘어나는 패턴은 해고보다는 노동시장 진입이나 자발적 사직이 주도하고 있다”며 “과거 경기 침체 당시 해고가 늘어나고 자발적 사직이 줄어들면서 구직 체념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공포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이런 상황에선 실적 동향 등 기업 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날처럼 지수가 급락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작년 8~10월이다. 조병현 연구원은 “당시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증시가 지지력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반도체 업종은 양호한 실적 전망과 희석된 밸류에이션(가치) 부담을 바탕으로 반등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올해와 내년 이익 증가율과 실적 추정치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조선·헬스케어·소프트웨어·통신 등의 업종도 견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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