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할당제’ 국민 반발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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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추진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77·사진)가 5일 사임했다. CNN과 BBC 등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이날 방글라데시를 떠나 인도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글라데시에서 총 20년(1996년 6월∼2001년 7월, 2009년 1월∼현재)간 집권했던 하시나 총리는 지난달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국민들의 큰 반발에 직면했다. 국민 반대로 결국 공직 할당률을 5%까지 줄이기로 했지만 시민단체와 반정부 세력이 ‘총리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4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실탄까지 사용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고, 이날에만 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 발생한 시위 사망자까지 합치면 총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막아섰고 관공서를 습격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대가 하시나 총리 아버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동상을 부수는 영상도 올라왔다.
하시나 총리는 당초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또 4일 오후 6시부터 전국에 무기한 통금령을 내렸으며, 인터넷을 차단하고 철도 운행도 중단시켰다.
하지만 시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일부 시위대가 관저 인근까지 몰려오자 하시나 총리는 사임을 결정하고, 인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 전문가인 알리 리아즈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AFP통신에 “모든 측면에서 전례가 없는 대중 봉기”라며 “하시나 총리가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하시나 총리가 인도로 떠난 뒤 와케르우즈자만 육군 참모총장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임시정부가 구성돼 방글라데시를 통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구성과 관련해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와케르우즈자만 참모총장은 40년 경력의 군 장교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두 차례 복무했고 총리실에서도 일했다. 그는 올해 초 육군 참모총장이라는 군 최고 직책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가 임시정부를 이끌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AFP는 전했다. 방글라데시군은 2007년에도 대규모 불안 사태가 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 동안 군이 지원하는 과도 정부를 세운 바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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