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현물 1조5천억원 순매도…상반기 역대급 매수서 '투매 돌변'
경기침체 우려·중동사태 등 겹악재…"혼란 불가피하지만 단기간일 것"
코스피 장중 2,500선 아래로 |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이민영 기자 =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자금 이탈과 함께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5천281억원 순매도하는 등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코스피가 3.65% 급락한 지난 2일 현물 순매도액이 8천478억원에 달했던 데 비해 2배 가까운 매물이 나올 정도로 매도세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는 2022년 1월 27일 1조7천141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외국인 최대 순매도액이기도 하다.
주식 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 2일 1조8천922억원을 순매도해 지난해 8월 2일 이후 1년 만에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은 장중 1조원이 넘는 순매도액을 기록하다 막판 9천221억원의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국내 증시가 연중 고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총 3조5천55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 순매도액인 1조4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로, 개인이 4조8천380억원을 순매수했음에도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기간 17거래일 중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날이 11일로, 매수 우위를 보인 날 6일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9천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전 최대치가 2004년 상반기 12조2천40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 6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859조2천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 비중을 차지했다.
월별로 봐도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5월만 9천54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 1월 2조9천520억원, 2월 8조2천410억원, 3월 5조1천100억원, 4월 2조4천110억원, 6월 5조2천360억원 등으로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7월 중순 이후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7월 순매수액은 1조7천15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최근 발생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주가 조정과 더불어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이후 악화일로인 중동 사태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의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다수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인의 투매가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기적인 현상으로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제 경기침체가 오려면 유가가 더 내리고 구리 가격도 내려야 하는데 구리의 경우 반등이 나오고 있다. 중국 증시도 나름 선방 중"이라며 이번 매도세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상황에서 당분간 여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복귀를 위해선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발표되는 미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예고한 보복 공격으로 중동 사태가 급격히 악화할 경우 투자 심리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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