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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R공포에 파랗게 질린 증시…"바닥 다 왔다" VS "반등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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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CB) 1단계가 동시에 발동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모니터에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 코스닥 지수는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2024.8.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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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리세션·경기침체)의 공포에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10% 넘게 급락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2조원 가까운 물량을 매도하며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연이은 증시 급락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시각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234.64포인트 하락은 역대 최대 낙폭이다. 비율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졌던 2008년 10월24일(10.57% 하락)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19일(8.39% 하락)보다 하락률이 컸다. 장중 8% 이상 낙폭이 확대되면서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전일 대비 88.05포인트(11.3%) 급락한 691.28에 마감하며 팬데믹 충격(2020년 3월19일 11.71% 하락)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낙폭이 커지자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로 대응했다. 이날 오후 4시 집계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5247억원, 기관은 2707억원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충격이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AI(인공지능) 거품론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 △중동 전면전 우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 주가의 상승으로 고점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최근 미국의 부진한 경기지표로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엔화의 급격한 강세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나오며 변동성을 키웠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 리세션인지 아닌지 증거는 불투명하지만 시장에는 리세션에 대한 공포가 생긴 상태"라며 "그동안 자본시장 내 유동성이 워낙 풍부했기 때문에 경기는 안 좋아도 주가는 올리고 보겠다는 기조가 있었는데 그 기조가 중단되며 증시도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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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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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우려들을 반영하더라도 최근 2거래일 간 벌어진 낙폭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지수의 하락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북한의 도발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거나 중국의 부동산 위기 등이 아니면 나타나기 힘든 수준"이라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기계적 매도와 수급적 교란이 오늘 시장 급락을 초래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는 2022년7월 저점인 8.5배를 하회하고 있다"며 "코스피 2510선은 확정실적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9배로 과거 지금 같은 레벨 이하에서는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코스피 PBR은 대체로 0.86~0.87배에서 주가 하락이 멈췄다"며 "이 같은 기준이라면 2400선 초반을 바닥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를 감안하면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증시 조정이 과도한 거품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경우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근본적으로 코스피가 2800까지 갔었던 게 정상인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금지,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부양 요인들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본질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가 3000을 간다는 기대치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가격 거품이 빠진 지금 바닥 논쟁 자체가 시기 상조"라며 "반등의 근거가 부족한 현재로서는 변동 위험에 굳이 대응하기 보다 시장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시기가 단기간 내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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