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기다려온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다가오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 경기·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탓이다. 미국 7월 고용보고서가 쐐기를 박았다.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가 11만4000개로 집계돼, 예상치(17만5000개)를 밑돌았다. 실업률은 4.3%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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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에선 ‘삼의 법칙(Sahm’s rule)’을 거론하고 있다. 삼의 법칙은 거시경제학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2019년 내놓은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감지하는 이론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이 1년 전 저점보다 0.5%포인트 이상 오르면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7월 고용보고서 내용을 반영하면 0.53%포인트, 삼의 법칙에 해당하는 구간에 들어왔다.
이번 주(8월 5일~9일)는 시장이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5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중요해졌다. 앞서 6월 비제조업 PMI는 시장 기대와 달리 기준값(50)을 밑도는 48.8로 나오면서 경기 위축 우려를 키웠다. 7월 지표가 더 부진하면 시장의 경기 침체 공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까지 걱정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의 법칙을 들어 (경기 침체) 우려를 확대 재생산하지만, 삼의 법칙은 예측 지표가 아니라 과거 통계에 기반을 둔 경험 규칙일 뿐”이라며 “추후 경기 침체가 올 수는 있지만, 몇 개 지표만으로 임박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했다.
중동 정세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즈마엘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테헤란에서 암살당했다. 이란을 비롯한 반(反)이스라엘 진영은 이스라엘을 암살 배후로 지목,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수일 내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유승민 삼성증권 지정학분석팀장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주변국과 동맹국이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은 30% 이하로 판단한다”면서도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보다 중동의 군사적 위험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지면 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8월 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운구차가 이란 테헤란의 '이슬람 혁명 광장'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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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 선을 밑돌고 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한 만큼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인 코멕스(COMEX)에서 금 선물 가격(12월 인도분)은 트로이온스(31.1034768g)당 25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해지는 만큼 국내 주식시장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투자심리가 약해진 만큼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변동성이 커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투자자는 오는 6일(현지시각)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의 실적 발표를 살필 필요가 있다.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NAVER를 시작으로 카카오, NC소프트 등 인터넷·게임업종 실적 발표가 있다.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반대로 경기 민감주에 속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도 실적을 공개한다. 실적만큼 각 기업의 경영 전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업종별 대응을 추천했다. 올해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조정 이후 다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변동성이 큰 만큼 무리한 투자를 자제할 때라는 조언도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급락장에선 잠시 투자를 멈추고 숨 고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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