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매년 반복되는 회의 파행, 불명확한 결정 기준 등 미숙한 회의 운영에 대한 비판이 높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는 지금의 결정체계는 반복되는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투입되는 행정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4년간 최저임금위 회의경비로만 45억원 넘는 예산이 편성됐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는 셈이다.
◆ 최저임금위, 최근 4년간 회의경비로 25억 지출…회의당 2700만원꼴
1일 고용노동부·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회의경비 및 사무국경비 예산으로 45억19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중 회의경비 예산은 4년간 34억5168억원, 사무국경비 예산은 10억6732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예산 편성액 중 2021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실제 집행된 금액은 회의경비와 사무국경비가 각각 약 25억원, 약 7억2800만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4년간 본회의와 분과위원회를 합쳐 총 93번의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1회당 약 2700만원의 회의경비가 소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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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회의는 본회의(전원회의)와 4개 분과위원회(연구위원회·운영위원회·생계비전문위원회·임금수준전문위원회)로 구분된다. 회의경비는 회의 참여자가 많은 본회의가 분과위원회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본회의에는 노·사·정 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이, 분과위원회는 회의 종료에 따라 최소 7명에서 최대 16명까지 참여한다.
회의경비는 4개 사업(전문성 강화·기본 경비·총액·비총액, 전산경비) 29개 세부 항목으로 집행된다. 이 중에서 연구용역 사업을 제외한 최저임금위 위원 수당으로 가장 많이 집행된다. 작년 기준으로 연구용역 사업에 2억원, 수당 지급에 1억5000만원, 현장 방문 여비 4000만원, 회의실 임차료 600만~700만원, 해외 사례 조사를 위한 해외 출장비 2000만원 등이 책정됐다.
위원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수당은 ▲참여수당 ▲안건수당 ▲교통비(실시 정산) ▲식대 등으로 나뉜다.
본회의 기준으로 따져보면, 참여 수당(2시간 기준)은 기본적으로 15만원이 주어지며, 회의시간이 2시간을 넘어설 경우 5만원이 추가된다. 하루 최대 받을 수 있는 수당은 2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자정을 넘겨 회의를 이어갈 경우, 하루 참여 수당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올해 최저임금 10차 전원회의가 자정을 넘겨 11차 전원회의로 차수를 변경할 경우, 최대 40만원까지 참여수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안건수당'이라고 불리는 항목이 추가된다. 심의 안건을 논의할 때마다 붙는 수당이다. 안건수당은 보통 10만~15만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여러 안건을 논의할 경우 안건수당도 그만큼 올라간다.
이 외에 교통비와 식대 등이 추가된다. 교통비는 실비로 정산된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기름값을 제공하고, KTX나 고속버스 이용시, 영수증을 제출할 경우 비용을 사후 정산해 준다. 식대는 공무원 행동강령 규정인 3만원 이내에서 위원회가 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식당 이용시에는 음식값을 지급한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매년 책정되는 예산이나 집행되는 금액에 큰 차이는 없다"면서 "수당 지급도 정부가 정해놓은 규정 내에서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매년 알맹이 없는 '난상토론'만 반복…깊이 있는 논의 실종
문제는 매년 최저임금위 회의에서 알맹이 없는 '난상토론'만 이어가다 결국 노사 협상 파행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깊이 있는 논의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올해의 경우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7차 전원회의'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사 갈등만 부추기다 결국 투표로 결론을 냈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자, 경영계 위원 9명 전원이 '8차 전원회의'에 불참하며 정부와 날을 세웠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7.04 jsh@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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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 투표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놓고 노사 합의에 실패해 표결이 이뤄졌는데,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위원장 의사봉을 뺏거나, 투표용지를 탈취해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열린 최저임금 회의에서도 유사한 사태는 반복됐다. 지난해 6월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정부가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항의하며 모두 퇴장했다. 회의 시작 고작 17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22년 최저임금 회의에서는 공익위원 최종안에 반발해 노동계와 경영계 위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노선이 다른 노동계와 경영계를 한데 모아놓고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지금의 결정체계를 문제 삼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동계와 경영계는 노선이 분명하다. 노동계는 최대한 많이 올리고 싶어 하고, 경영계는 인상 폭을 제한하려고 한다"면서 "이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합의하라고 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나. 결정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회의 일정도 매년 제각각이다. 지난 2021년에는 본회의가 8번, 2022년에는 8번 열렸지만, 지난해는 이에 두 배인 15번이 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저임금 회의는 법정 심의 기한(6월 29일)을 훌쩍 넘긴 7월 19일이 돼서야 결론을 냈다. 현행 방식의 최저임금위 심의 도입 이후 최장(110일) 기록을 세웠다.
올해 회의실적은 총 29회(본회의 11번)에 이르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최저임금 위원 구성이 완료된 5월이 되서야 시작됐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3년 임기로, 3년에 한 번씩 그해 5월 말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임기 3년차에는 사실상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한두 달에 불과하다. 올해의 경우도 지난 1월 30일 분과회의인 연구위원회를 한 차례 진행한 이후 2~4월 석 달간은 단 한 차례 회의도 없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처음부터 회의 일정을 명확하게 정해놓고 시작해도 결론을 내기 힘든 상황에 매년 주먹구구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다 보니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이번 최저임금제도 개편 과정에서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하고, 회의 방식도 노사 합의 방식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고 책무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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