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2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2-4로 졌다. 선발 오원석이 2회 황재균에게 3점 홈런, 그리고 심우준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4실점했다. 다만 이후 오원석과 불펜이 합작해 7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며 도망 가는 kt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결국 이날의 패배 지분은 타선이 더 컸다. 결국 또 고영표가 SSG를 가로막았다. SSG로서는 지긋지긋한 악연이다.
고영표는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고영표를 상대로 못 치는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런데 너무 약하다면 이것도 문제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 전까지 SSG를 상대로 통산 28경기에 나가 11승5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고영표가 제대한 이후인 2021년부터 기록을 보면 SSG가 더 초라해진다. 말 그대로 손을 못 댔다.
고영표는 2021년 이후 SSG와 12경기(선발 11경기)에서 8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1.98이라는 ‘극강’의 면모를 선보였다. 11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0경기였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8번이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SSG는 고영표의 공에 손을 대지 못했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승부하다 고영표에게 많은 이닝만 헌납했다.
올해 고영표는 부상과 ABS존 적응으로 7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5.54에 그치고 있었다. 7월 12일 롯데전에서 5⅔이닝 12피안타 4실점, 7월 18일 키움전에서는 5이닝 11피안타 5실점으로 모두 부진했다. 그런데 유독 SSG는 고영표를 공략하지 못했다. SSG는 6월 25일 인천 경기에서 고영표를 상대로 7이닝 동안 안타 2개만 기록하는 졸전 끝에 고영표에게 승리를 내줬다.
요즘 컨디션과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으니 ‘이번에는’이라는 희망도 있었지만 역시나였다. 2회 에레디아가 몸에 맞는 공 이후 도루로 2루에 갔고, 한유섬이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치며 선취점을 낼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무사 2루에서 추가점이 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3회부터 7회까지 거의 매 이닝 출루하고도 후속타가 없어 고영표에게 꽁꽁 묶였다. SSG 팬들에게 익숙하던 그 시나리오 그대로 또 하루가 흘러갔다.
SSG 타자들로서는 고영표의 달라진 투구 패턴도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하나의 요소였다. 지난 두 경기 동안 부진했던 고영표는 이강철 kt 감독과 면담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또 변신을 실행했다. 고영표는 경기 후 “두 경기 동안 부진하면서 많은 생각도 고민도 했다. 나도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보시기에도 고민이 많았던 피칭이었던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부르셔서 메커니즘적이나 투구 로케이션, 커맨드 쪽으로 어드바이스를 해주셨다. 그게 잘 연결이 돼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고영표는 이날 높은 쪽을 의식적으로 많이 던졌고, 이 코스의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SSG 타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SSG 타자들이 아무래도 낮은 쪽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변신’한 고영표가 나타난 셈이 됐다.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영표는 SSG전 강세에 대해 “항상 긴장하고 똑같이 준비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선수들의 기억이 중요한 것 같다. 타자들이 계속 안 맞다 보면 그 기분이 남아 있을 테고, 투수도 그 기분이 남는다. 특별하게 어떤 기분을 가지고 던지지는 않지만 늘 결과가 잘 나와서 신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맞대결에서 고영표가 그 기분을 유지할지, 아니면 SSG가 균열을 일으킬지 주목되지만, 이런 상투적인 전망은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있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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