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대통령 죽어야 여성 대통령 나와"…미 포드 전 대통령 예언 눈길

▲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은 남성 대통령이 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고 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35년 전 발언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WP에 따르면 포드 전 대통령은 지난 1989년 아이오와주 웨스트 브랜치에서 어린 학생들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한 여학생이 그에게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빙그레 웃은 포드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정상적인 과정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에서 대통령에는 남자를 부통령에는 여자를 지명해서 선거에 승리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성 대통령과 여성 부통령이 탄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기 안에 대통령이 죽고 여성 부통령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영상이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P는 다만 포드 전 대통령의 발언이 지금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면도 있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고 짚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었고, 바이든 대통령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포드 전 대통령은 당시 적어도 4∼8년 사이에는 여성 대통령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38대 대통령이었던 포드 전 대통령은 스스로도 선거를 거치지 않고 승계만으로 부통령과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이던 1973년 당시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스피로 애그뉴가 부패, 탈세 혐의 등으로 사임하면서 미국 수정헌법에 따라 부통령에 임명됐습니다.

이후 닉슨 대통령이 워터케이트 파문으로 사임하면서 1974년에는 대통령직도 승계했습니다.

포드 전 대통령은 다만 "일단 한번 장벽이 무너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남성들은 후보로 지명되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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