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매물 나와도... 한투가 인수하기는 힘들다, 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양벌(兩罰)규정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새로운 최대 주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남아 있어 지금 거론하기는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총수가 구속된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관련자 한두명은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경우 카카오 법인도 처벌이 불가피하다. 늦든 빠르든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의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벌규정이란 대표나 관련자가 법을 위반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대주주 자격 박탈 시 카뱅 지분 매각해야… 지분 10%, 시세대로 팔아도 1.7조

향후 김 위원장이나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 관계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 양벌규정으로 인해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 형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금융위원회는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보고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앞서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였던 KT가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담합)으로 벌금형을 확정받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갔다. 이후 KT는 보유 중인 지분(10%)을 BC카드에 넘겼고, BC카드는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33.72%)로 있다.

문제는 현재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비싼 수준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IT 기업으로 적용돼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장 직후 9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는 2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아직도 몸값은 비싸다는 평가다. 주가자산비율(PBR)이 1.5배 이상으로, 0.5배가량인 다른 금융지주보다 3배 가까이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만 남긴 나머지 17.16%를 팔 경우, 주식 가치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업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금이 최소한 8%는 돼야 하는 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으로 날고 기어봐야 벌 수 있는 이익 규모에는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높은 기업가치로 팔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카오가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MZ세대에게 먹히는 카카오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잠재 인수자들한테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김남구 한투지주 회장, 은행에 욕심 많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다.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은 최대 주주인 카카오가 보유 지분 전량을 팔지 않는 한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27.16%)은 카카오보다 주식을 1주 적게 들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5.76%)·국민은행(4.88%)·서울보증보험(3.2%)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될 수는 없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주회사 밑에 있는 증권사가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회장. /한국투자증권 제공

결국 자금력이 더 약한 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나서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갖게 되면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된다. 그리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회사 형태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를 보유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뱅크 주식 3%가량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거쳐야 한다.

이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의지’만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은행지주가 되는 순간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다. 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가 되면 이전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를 표명하는 한국금융투자지주 입장에선 기존처럼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워진다. BIS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손실보전 및 경기대응 완충자본도 쌓아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7년 카카오뱅크 지분 50%를 확보하면서 잠시 은행지주로 전환됐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임시로 최대 주주를 맡고, 이후 카카오에 최대 주주 자리를 넘겨준다는 조건이었다. 이때 잠시 은행지주의 ‘맛’을 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행업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동일인 규제가 있다. 은행지주는 의결권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회사 입장에서 동일인 규제는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에 욕심이 있었는데, 최근엔 이같은 의사를 피력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판다면, 한국투자증권도 매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선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 “아직 사법적으로 결정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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