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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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선출되면서 야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유튜브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온 댓글팀 운영 의혹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어서 조사를 안 할 수 없다”며 “전대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공소취소청탁 의혹으로 갈등을 빚은 국민의힘 내부는 서로 화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1차 투표 과반 득표로 전대가 끝났지만 두 가지 의혹을 계속 부채질하겠다는 것이다.
댓글팀 의혹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공소취소청탁 의혹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지낼 때 나경원 후보가 요청했다는 것으로, TV토론 때 한 대표가 폭로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들이니만큼 본인이 직접 국민적 의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에 절대복종하는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여당 대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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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전위부대 앞세우는 민주
민주당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조국혁신당의 차규근 의원은 이날 한동훈 특검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5월 같은 당 박은정 의원이 낸 특검법의 조사대상(자녀논문대필·고발사주관여 의혹)에 댓글팀 의혹을 추가했다. 혁신당은 전날엔 댓글팀 의혹에 대해 한 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동훈 특검법을 서둘러 통과시켜 한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 결과에 맞춰 압박수위를 높인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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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이 한 대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반면, 민주당은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전날 당내 기구로 ‘한동훈 댓글팀 의혹 태스크포스(TF)’를 띄우기로 결정했지만, 법적 조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24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혁신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이 상정되지만, 민주당은 이를 의결하는 대신 소위원회로 회부시킬 계획이다. 이해식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한다’ 정도의 원칙적 입장만 있다”며 “법사위에서도 심사를 시작할 뿐 바로 의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당이 전위부대로 여론을 환기하고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상대당 대표를 겨냥한 특검법을 갑자기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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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순직해병 특검법으로 적전분열
민주당이 우선순위에 두는 건 순직해병 특검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특검법은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재표결 시점을 늦췄는데, 한 대표가 선출되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첫번째 안건으로 올리기로 입장을 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가진 순직해병 특검법 거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오른쪽 첫째는 한민수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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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검법 재표결로 적전 분열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이 나오면 가결정족수(300명 전원 출석 시 찬성 200표 이상)를 채울 수 있다. 한 대표 체제가 자리잡기 전에 재표결 국면으로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제3자 특검’ 주장을 했을 때도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비한계 의원들이 많았다”며 “이탈표를 막기 위한 설득 과정에서 갈등이 재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결되더라도 ‘한 대표의 제3자 특검은 진정성이 없다’는 공세를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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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한동훈에 말 아끼는 이재명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야당과 머리를 맞대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구하고 대전환의 시대 미래를 준비하는 여당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어 “절망적 현실을 희망찬 내일로 바꿔내는 일이라면 저도 민주당도,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할 것”이라고도 썼다.
이 전 대표는 4·10총선 이후 공식 석상에서 한 대표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면 민생, 먹고사는 문제는 가려진다”며 “한 대표가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에 집중해 참패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8·18전당대회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가운데)가 2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왼쪽은 김지수 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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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 인사는 “앞으로 이 전 대표는 한 대표 비판을 삼가되, ‘스피커’ 의원들이 맹공을 퍼부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8·18전당대회에 출마한 이 전 대표가 민생 문제를 화두로 꺼낸 사이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참 비열한 한동훈”(고민정) “혼자만 빠져나가려는 한동훈”(서영교)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무차별 폭격은 되레 여당 지지층이 결집할 명분을 주고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키워줄 수도 있다”며 “협치해야할 일이 생기면 민주당이 먼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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