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준 TV조선 E&M 대표 인터뷰
안석준 TV조선 E&M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미디어 사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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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사이 대중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며 콘텐츠 제작에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양국의 제작사, 플랫폼, 감독, 스타들이 섞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에 한일 합작의 구체적인 사례와 이러한 흐름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방송가에서 한일 협업이 한창이 가운데, TV조선 E&M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곳 중 하나다. 최근 비스타컴퍼니에서 사명을 바꾼 TV조선 E&M에게 일본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작 점이다.
2022년 출범한 TV조선 자회사 TV조선 E&M은 '미스터트롯2' '미스트롯3'를 통해 배출된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 사업 이외에도 '산따라 물따라 딴따라' '2024 대학가요제' 등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수장 안석준 대표는 CJ ENM 음악사업부문 대표, FNC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을 역임했던 콘텐츠 사업 부문 전문가다. 특히 CJ ENM 재직 당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과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큰 성과를 냈다.
이처럼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안 대표가 바라본 한일 합작이 늘어나는 이유는 "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서"가 첫 번째였다.
"1990년대~2000년대 초 음악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죠. 이때 수익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이 먼저 발전하며 사업 구조가 바뀌었어요. 그때 보아와 같은 K팝 가수의 성공사례를 따라서 한국 음악 산업이 해외시장을 노린 아이돌 제작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방송 시장도 OTT 등 플랫폼이 생겨나며 시장 구조가 달라졌고,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방송사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콘텐츠 제작자들이 아시아 같은 동일 문화권, 그중에서도 시장이 큰 일본과 손을 잡게 됐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은 다양한 콘텐츠 부가 사업을 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드라마, 영화, 예능 모두 단순히 콘텐츠의 성공만이 아니라 그 후에 부가 사업이 중요해진 시기"라며 "시장 규모가 큰 일본은 공연, 팬미팅, MD 판매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석준 대표는 '미스터트롯 재팬'이 일본에 트로트라는 장르를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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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E&M도 하반기 '미스터트롯3'과 더불어 일본판인 '미스터트롯 재팬' 제작 소식도 알렸다. 이를 위해 TV조선 E&M은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열린 BCM(부산콘텐츠마켓)에서 일본 NTT도코모 스튜디오&라이브와 '미스터트롯' 포맷 판매 및 일본판 제작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판 제작사인 NTT도코모 스튜디오&라이브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인 요시모토흥업이 합자해 만든 회사다. 향후 '미스터트롯3'과 '미스터트롯 재팬'에서 선발된 양국 톱7은 한일 합작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합동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이어가며 일본과 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안 대표는 "1단계로 협의가 완료된 건 '미스터트롯' 방송 포맷 수출"이라며 "일본 자본과 기술력으로 '미스터트롯 재팬'을 제작해 여러 산업을 한 후에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한국과 셰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TV조선 E&M이 일본 제작물에 투자하고 사업을 확대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2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에 대해 안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이 만들면 한국 것, 일본이 만들면 일본 것이었다면, 이제 IP의 소유가 누구냐에 따라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미국에서 만들어지든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은 일본에서 자리 잡았지만 트로트는 일본에서 새로운 장르다. 흔히 일본의 엔카를 트로트와 유사 장르로 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두 음악은 다르다. 때문에 '미스터트롯'의 일본 진출은 세계 음악 시장 2위인 일본에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트로트 장르를 알리고 그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일본에는 '트로트'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포맷을 수출할 때 '미스터엔카'라는 이름도 선택지 중 하나였는데, 일본 측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보더니 '미스터엔카' 대신 '미스터트롯 재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죠. 아이돌이 해외에 진출해 K팝이라는 장르를 알렸듯이 트로트라는 한국의 고유 장르로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한다면, 다음 '미스터트롯 in 태국' 등 다른 나라로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석준 대표는 하반기 중 트로트와 K팝이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내세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알렸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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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방송사의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유튜브, OTT 등 다매체 시대에 접어들며 방송사들은 큰 위기를 맞았다. '2023 회게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18조 9734억원으로 집계됐다. 방송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9%나 감소한 2조 49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최저치다. 방송사들은 이제 단순히 광고로 돈을 벌던 것을 넘어서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진 것이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TV조선 E&M은 '프로그램·장르·지역' 세 가지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안 대표는 "방송사들이 방송 광고 시장이 줄었다고들 말하는데, 그렇다고 내년은 더 좋아지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아닐 것"이라며 "방송사들은 '넥스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TV조선 E&M의 일본 진출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TV조선 E&M이 '컬처테인먼트'(컬처+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다며 "젊은 세대만 반짝 즐기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우리의 정서가 담기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며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스터트롯' 이외에 TV조선 E&M은 새로운 콘텐츠로도 일본 진출을 모색 중이다. 하반기 TV조선 E&M은 트로트에 K팝 시스템을 접목한 음악 장르를 내세운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안 대표는 "'미스·미스터트롯'과 다른 새로운 장르를 보여줄 것이다. 타깃층은 일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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