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편 진술, 적절"… 여당은 '반발'
페드로 산체스(가운데) 스페인 총리와 그의 부인 베고냐 고메스(왼쪽) 여사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펠리페6세 국왕 즉위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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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부인 베고냐 고메스의 부패 혐의 증인으로 법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스페인 법상 배우자를 포함한 가까운 가족은 답변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산체스 총리가 유의미한 답변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내 부패' 의혹으로 국정 책임자인 현직 총리가 수사 대상 증인으로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2017년 이후 첫 현직 총리 증인 소환
스페인 엘파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고등법원은 22일(현지시간) 산체스 총리를 아내 고메스 여사의 부패 및 영향력 행사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인 심문 날짜는 이달 30일로 잡혔으며, 총리 관저인 몽클로아 궁전에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심문을 맡은 수사 판사 후안 카를로스 페이나도는 "남편으로부터 진술을 받는 것이 편리하고 유용하며 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증인 소환 사유를 밝혔다.
고메스 여사 혐의는 특혜 부여 후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 4년간 대학 산하 연구기관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항공사 에어유로파 및 모기업 글로벌리아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고, 해당 기업에 정부 구제 금융 등 특혜를 줬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지난 4월 스페인 극우 성향 압력단체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 고소로 수사는 시작됐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는 아내 부패 의혹을 부인하며 "정치적 수사"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스페인에서 현직 총리의 증인 소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마리아노 라호이 당시 총리도 소속 정당인 인민당 의원들이 뇌물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증인으로 소환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8일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 궁전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옥스퍼드셔=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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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조작 사건" vs. 야당 "총리 물러나라"
여당인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PSOE)은 법원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개월 넘게 지속된 수사에서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체스 총리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한 결정은 현직 총리의 위상을 훼손하겠다는 목적이 다분하다고 본다. 고메스 여사 부패 혐의 자체가 조작됐다는 기존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욜란다 디아스 파트시 로페즈 PSOE 대변인은 "(고메스 여사 부패 혐의는) 조작된 사건이며 산체스 총리에 대한 극우와 우익의 음모"라고 말했다.
야당은 "산체스 총리가 사임해야 할 때"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보수 성향 스페인 인민당은 "총리의 스캔들은 단순히 사법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것이다. 스페인 국민들은 너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4월 수사 개시 당시 사임을 고려하다 잔류한 적도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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